| 400억원 규모 전국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불구 2년차 성적 미흡.. 솜리문화예술회관 의존 여전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체제 재검토 필요성 대두
3년차에 접어든 익산예술의전당이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 해소’와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공간으로서 자리매김’이라는 기대에 온전히 부응하기 위해서는 ‘절반 수준을 겨우 웃도는 객석 점유율 제고’와 ‘이원화 구조로 인한 맹점 극복’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예술의전당은 시민을 위한 고품격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오페라·뮤지컬·클래식·콘서트·연극·무용 등을 관람할 수 있는 1,202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미술관, 편의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지난 2015년 4월 22일 당당히 그 첫발을 내디뎠다. 4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을 만큼 전국에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하드웨어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대공연장 입장과 대관, 미술관 대관을 통해 거둔 수익은 3억4,800만원에 불과하고 평균 객석 점유율이 58% 수준에 머무는 등 현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예술의전당은 품격 높은 공연과 전시, 지역특성을 살린 전시회, 지역 관광자원 연계 및 기업체·청소년·가족 단위 프로그램 개발, 자체 기획공연과 국내외 유명공연 유치 등을 통해 익산시민들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관람객들까지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를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함을 물론 지역 문화예술의 랜드마크가 돼 문화예술 향유의 장이 되고 나아가 익산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국에 전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그동안 솜리문화예술회관 외에 이렇다 할 대규모 공연장이 없어 규모 있는 공연이나 전시를 쉽게 접하지 못했던 시민들에게, 익산예술의전당은 문화적 갈증 해소나 문화욕구 충족의 출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 갈증 해소 ‘다소 아쉬움’ 개관 1년차인 2015년이 익산예술의전당의 출발을 알리는 시기였다면 2년차인 지난해는 다양한 사업과 공연을 통해 대내외 이미지를 구축하는 성장기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운영비 대비 수입비율 6.3% 등 수치상으로 나타난 성적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솜리문화예술회관(예술의전당 분관)을 제외한 예술의전당 대공연장 및 미술관 관리·운영비는 지난해 기준 55억3,000만원인데 비해 총수입은 3억4,800만원에 그쳤다. 전북에서 유일하게 민간위탁 방식을 도입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운영비 대비 수입비율 평균 27%는 차치하더라도, 익산과 마찬가지로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군산의 경우에 비춰 봐도 다소 저조한 성적이다. 군산예술의전당은 2013년 5월 개관 이후 첫해 운영비 대비 수입비율은 4.1%였지만 이후에는 줄곧 9%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사업소 측은 운영비에서 해마다 지급하는 BTL 임대료 32억원을 제외하고 비율을 산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20년간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를 운영비에서 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양한 공연 개최에도 불구하고 기획공연의 평균 객석 점유율이 58%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3월부터 12월까지 펼쳐진 총 24건의 기획공연 중 매진을 기록한 것은 4건에 불과하다. 관람객 숫자로 봐도 1만9,670명이 기획공연을 찾았는데, 이는 15세 이상 익산시 인구 약 26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7.56%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 한 해 동안 예술의전당의 기획공연을 통해 문화향유를 누린 시민이 10명당 1명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로 인한 수익은 기획공연 추진과 기획전시 운영에 투입되는 행사운영비 6억5,000만원에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저조한 성적은 시민 문화갈증 해소를 위한 다양한 공연을 기획·유치해 놓고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또 시 직영체제로 운영되는 탓에 전문성과 유연성, 창의성 등이 취약하고, 외부상황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행사운영비와 이로 인한 수익이 근사치가 되면 성공적 운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아직 운영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직영체제를 결정한 만큼, 3~5년 정도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차후 운영 전반에 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솜리예술회관 의존 ‘여전’ 수치로 드러난 성적 외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는 것은 현재의 이원화된 구조다. 어양동에 대공연장과 미술관이 들어섰지만 분관 형태로 마동에 솜리문화예술회관과 전시실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예술의전당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400억원 규모로 전국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를 자랑하는 시설 건립에 따른 파급력 역시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공연·전시 수입이나 관람객 수를 보면 그대로 나타난다. 공연장 입장료의 경우 어양동 대공연장은 2억7,020만원이고 마동 중공연장은 447만원이지만, 대관으로 인한 수입은 어양동 대공연장이 6,172만원이고 마동 중·소공연장이 8,178만원으로 더 많다. 어양동 예술의전당이 개관 3년차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공연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이 찾는 곳은 여전히 솜리문화예술회관 쪽으로 쏠려 있다는 얘기다. 관람객 현황도 대공연장이 5만2,343명인데 비해 중·소공연장은 8만7,885명으로 솜리문화예술회관이 월등하다. 결국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 충족이 400억원 규모의 예술의전당이 아니라 기존 솜리문화예술회관에 기대고 있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대공연장은 규모에 맞는 대형 기획공연이나 유명공연 유치를 맞춰져 있어 지역 내 생활문화예술단체나 기관이 사용하기에는 비용이나 관객규모 등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예술의전당 문턱이 높은 것이 아니라 규모에 맞는 공연을 위해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들을 솜리문화예술회관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방향성 예술의전당의 지향점은 문화적 소비를 넘어 지역 문화예술계의 직접적인 참여로 문화예술과 시민과의 만남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순히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400억원 규모의 시설을 활용한 시민참여, 문화예술인의 적극적인 활동, 지역예술인과 시민들과의 연계를 이끌어내고 지역예술단체 활성화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 등 장기적인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운영돼야 한다. 또 지역기반의 다양한 창작과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학교·기관·단체 등과의 적극적인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설 운영의 경직성·비전문성 등을 극복하기 위한 민간위탁 등 운영방안 재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 직영체제의 경우 조직의 안정성이나 공공성, 예산 등이 손쉽게 확보될 수 있는 반면, 공무원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과 연계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민간위탁의 경우 전문성과 유연성,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단 이윤에 따른 공공성 확보와 수탁업체의 자질 부족시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