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입지와 접근 불리한 진입로 구조.. 인적 없는 섬
시민에게 낯선 공간 ‘씁쓸’.. 생활문화 공간 재정비 필요
익산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익산예술의전당이 개관 3년차에 이르렀다. 그동안 전문성 확보를 비롯해 예산투자, 지역 예술단체들과의 협력 등 여러 지적과 대안이 제시됐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는 와중에 예술의전당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생활문화공간이 아니라 낯선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매년 58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익산예술의전당이 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총 4회에 걸쳐 익산예술의전당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글 싣는 순서]
Ⅰ 공간과 입지 개선
Ⅱ 정체성 갖추기
Ⅲ 콘텐츠 경영
Ⅳ 지역 역량 강화
◇ 빛바랜 랜드마크
익산예술의전당이 계획될 당시만 해도 그 입지조건은 최적으로 보였다. 익산시 전 지역에서의 접근성은 물론 중앙체육공원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휴식과 문화공간이 어우러지는 시너지효과도 충분할 것으로 기대됐다. 익산시가 홍보하듯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개관 후 2년이 지났음에도 예술의전당은 지역을 대표하기는커녕 일부 관련된 사람들만 드나드는 낯선 건물인 채다. 전시나 공연이 있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사람들이 찾아와도 관람의 목적만 달성하고 이내 떠나버리고 만다. 수백억 원을 들여 지은 익산시의 대표 문화공간이 단순한 무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죽은 공간이 돼버린 셈이다.
◇ 아리송한 배치설계
최상급의 공연시설과 전시시스템을 비롯한 문화시설을 갖춘 예술의전당이 어째서 죽은 공간이 됐을까? 부지의 입지조건을 무시한 건물 배치 및 설계가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부지는 북쪽과 동쪽이 도로에 접해 있고 남쪽과 서쪽은 녹지와 공원에 면해 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완공된 시설에 대한 접근은 북쪽이나 동쪽 도로가 맡게 될 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연장과 전시장 모두 남서쪽 공원을 향해 배치됐다. 덕분에 동쪽으로 난 입구에서는 건물의 뒤꽁무니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마치 건물이 뒤돌아서 있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문화시설이라는 느낌보다 마치 커다란 공장을 방문한 느낌을 준다.
예술의전당을 찾은 사람들의 동선을 감안한 주 진입로라는 개념 자체도 희미하다. 입구 주차장에 연결된 소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바로 공연장의 측면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예술의전당이라는 건물의 형태와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기도 전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된 구조다.
건물 앞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진입로는 거의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북쪽 계단은 인도에서 바로 공연장 입구로 올라설 수 있도록 조성돼 있지만 차로와 인도가 가드레일로 막혀 있어 멀리서부터 걸어오지 않는 한 접근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쪽으로 나있는 계단도 청소년수련관 진입로에 접해있어 공연장 접근로로 편리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적다.
◇ 생활공간으로 재정비
공공적 성격을 지닌 문화공간인 예술의전당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발길이 닿기 쉽도록 설계됐어야 했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도 잠깐 들려 전시회를 구경할 수 있고 카페테리아에서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잡기도 하는 익숙한 생활공간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생활밀착형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개관 2년 만에 도시 속의 외딴 섬이 돼버린 것 같은 예술의전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당초의 목적에도 부합된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뒤돌아서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먼저 중앙체육공원 방향으로 주 진입로를 변경하고 예술의전당이 공원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원 산책로 따라 걷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예술의전당을 지나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주변 도로와 떨어진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 주변을 이어주는 중심 통로 같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밖에도 방문목적 이외에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할 수 있는 주변여건 마련도 지적되는 부분이나 예술의전당이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미비한 부분들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다.
정완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