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프로그램 비해 집중도는 떨어져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접근성도 ‘발목’

전문 인력 육성 및 상설 전담조직 필요

지난해 금마면 서동공원 일원으로 축제장소를 옮기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올해 금마 개최 3회째를 맞이한 익산서동축제가 한시적인 축제준비조직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집중도 부족과 접근성 불편 등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은 채 막을 내렸다.

지난 12일 무왕제례를 시작으로 14일까지 3일간 금마 서동공원 일원에서는 ‘백제의 숨결, 천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올해 서동축제가 열렸다. 지난해보다 다양해진 체험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낳았다.

하지만 익산을 대표하는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차별성을 바탕으로 타 축제와의 비교우위를 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추진위원회가 상시적인 조직이 아니라 축제를 앞두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한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익산서동축제의 경우 축제를 상시 전담하는 안정된 조직이 없다보니 최소 1년 전부터 필요한 준비가 착실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기획과 실행을 분리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기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로는 축제개최를 앞두고 이를 위탁받은 문화재단의 전 직원과 시청 문화관광과 직원 일부가 매달려 본연의 업무는 뒤로 한 채 겨우겨우 축제를 준비하는 게 현재의 구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축제 기획단계서부터 운영까지 민간이 직접 참여하거나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유는 더욱 없다. 민관이 함께 하는 축제를 준비하는데 예상되는 시행착오를 감내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매년 같은 수준의 프로그램이 반복되거나 신규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방문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거나 기존과의 차별성을 쉽게 느낄 수 없다는 의견이 대종을 이룬다. 특히 둘째 날 진행된 무왕행차퍼레이드 외에 집중력과 흡입력이 뚜렷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주민참여형 축제라는 목표도 축제준비는커녕 축제장에서 서동이나 백제 무왕과의 연계를 통해 역사성과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축제와는 동떨어진 단순 이벤트나 체험 프로그램 참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동네잔치’나 ‘어린이 체험행사’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수요예측에 실패해 접근성 불편 민원을 낳은 셔틀버스 운행, 먹을거리 장터의 무질서한 운영, 예산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 프로그램 다양화 호응.. 가짓수만 가지고는 안 돼

올해 서동축제는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해에 비해 공연프로그램을 줄이고 체험프로그램을 확대했다.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청사초롱 소원등 달기’를 비롯해 축제기간 내내 운영된 활쏘기, 검술체험, 에어바운스, 유물발굴체험 등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들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부터 나름의 호응을 얻었다.

또 야간에는 ‘서동선화 사랑의 빛’을 주제로 LED를 활용한 경관을 조성해 야간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고 있는 무대 행사는 참가자 가족과 관계자들 외에 시선을 끌지 못하며 집중도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무왕 퍼레이드 외에는 집중력과 흡입력 있는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문제점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시간대별 프로그램 안내 및 넓은 축제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과의 시간 조율을 통해 방문객들의 동선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야심차게 내놓은 접근성 대책.. 수요예측 실패로 불편 ‘여전’

익산시와 축제를 준비한 익산문화재단은 지난해 금마 개최 후 많은 지적을 받았던 접근성 확보를 위해 메인 주차장을 서동공원 주차장에서 미륵사지 주차장으로 변경하고 축제장까지 셔틀버스를 수시로 운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미륵사지와 익산고 등에서 축제장까지 운행된 25인승 버스는 수시로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며 교통편의를 제공했지만, 시내권에서 축제장까지 운행되는 45인승 셔틀버스는 수요예측 실패로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민원발생의 진원지가 됐다.

1시간에 1대꼴로 터미널에서 출발해 익산역과 배산체육공원, 원대병원, 홈플러스 사거리, 전자랜드 사거리, 팔봉 기안아파트를 거쳐 축제장을 오가는 이 셔틀버스는 모현동 일대에서 이미 자리가 가득 차버려 영등동에서는 아예 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기다림에 지쳐 축제참여를 포기한 시민들이 적지 않다.

토요일 오후 4시 30분을 전후해 내린 비와 강풍도 악재로 작용했다. 셔틀버스를 이용해 축제장을 찾은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줄이 이어졌지만, 주최 측은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이며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옷을 제공했고 셔틀버스가 갑자기 몰려든 인원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기다림이 지속됐다.

게다가 자가차량을 가지고 축제장을 찾는 시민들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인해 금마면사무소 앞 사거리는 축제기간 내내 병목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 방향성

앞으로 서동축제가 진정으로 익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축제 성공 노하우를 가진 전문 인력의 육성과 최소 1년 전부터 전문 인력을 활용한 전담조직의 구성이 요구된다.

지난 17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정헌율 시장은 축제 이후의 문제제기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하며, 현 문화재단 위탁구조의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정 시장은 “이번 서동축제는 공과(功過)가 있었던 것 같고, 무엇보다 주민참여형 축제가 되도록 주문했지만 이것이 잘 되지 않았다”면서 “문화재단이 추진한 이번 축제를 구체적이고 명확히 평가해 앞으로 많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