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국토청, 300~400백톤 쓰레기 그냥 갈아엎고 공사 진행

탁상행정으로 대형 환경오염 자초했음에도 불구 ‘천하태평’

심각한 직무유기 및 이로 인한 수백억원 국고낭비 지적 초래

지난 23일 찾은 만경강 하천환경정비사업 화전지구 공사현장 모습. 올해 11월 준공을 앞두고 허리춤까지 올라온 수풀 사이 곳곳에 폐비닐과 농작물에 물을 대기 위한 호스, 멀칭비닐 등이 널브러져 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만경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폐농자재 등 쓰레기 수백톤이 있는 땅을 그대로 갈아엎고 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환경 및 생태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수백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는 사업으로 둔갑한 꼴이다.

익산국토청은 대규모 쓰레기 매립 문제가 불거진 화전지구에 대해 최근 자체조사를 벌여, 준공을 6개월 앞두고 있는 현장에서 300~400톤의 쓰레기를 발견했다. 시공사의 불법 공사, 전면책임을 지고 있는 감리단의 부실 감독, 발주처로서 정비사업 전 과정의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익산국토청의 탁상행정 등 부실행정의 민낯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익산국토청은 대형 환경오염 우려 사태에 대해 명확한 책임규명 등 정비사업 책임 주체로서의 모습은커녕 “일선 시군에 공문을 보냈으니 처리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해명만 내놓으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몰지각한 행태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심각한 직무유기와 이로 인한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고낭비 지적까지 낳고 있다.

만경강 하천환경정비사업은 지난 2012년부터 홍수에 안전하고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 창출을 위한 ‘4대강 외 국가하천 종합정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익산지역 6개 지구 중 문제가 되고 있는 화전지구는 2013년 8월부터 시작돼 올해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예산만 해도 261억9,600만원 가량이 투입됐다.

이곳에서 10여년 전부터 1,400평 정도 점용허가를 얻어 대형 비닐하우스 시설원예 농사를 해온 주민 A씨는 지난 23일 “시공사가 폐비닐이나 쇠파이프 등이 매립된 채 공사를 불법적으로 진행했고, 익산국토청은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하천부지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당시 현장사진 등을 제시하면서 “시공사가 쓰러진 쇠파이프를 임의로 수거하고 비닐하우스와 멀칭 등 폐비닐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불도저로 땅을 갈아엎고 건흙을 포클레인으로 긁어내면서 공사를 진행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묘사했다.

실제 익산시와 완주군 경계 지역의 공사현장에서는 허리춤까지 차오른 수풀 사이 곳곳에 폐비닐과 농작물에 물을 대기 위한 호스, 멀칭비닐 등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그러면서 A씨는 “익산국토청은 전체의 70~80%를 차지하는 포전매매(밭떼기)를 인정해 주지 않는 등 실농보상을 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았고, 시공사는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점용허가를 받은 농지의 시설물을 아무 허락 없이 손괴했다”면서 “익산국토청의 직무유기와 이로 인한 국고낭비, 시공사의 불법공사와 손괴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산국토청은 탁상행정으로 문제를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한 모습이다.

국토청 관계자는 “지난 3~4월 일제조사 결과 300~400톤 가량의 쓰레기가 발견됐고 현재 지점별로 모아 덮어놓고 일선 시군에 처리를 위해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 주체로서 환경오염 행위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후속조치 외에 정작 중요한 대규모 쓰레기가 매립된 채 공사가 진행된 원인, 시공사의 불법행위 여부 조사, 감리단의 부실 감독책임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