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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익산예술의전당이 나아갈 길

▲ 문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공간

브랜드 전략과 추구하는 목적 모호.. 기능적 공간에 머물러

BI, CI 제작 및 홍보.. 상징성 강화해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익산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익산예술의전당이 개관 3년차에 이르렀다.

그동안 전문성 확보를 비롯해 예산투자, 지역 예술단체들과의 협력 등 여러 가지 지적과 대안이 제시됐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는 와중에 예술의전당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생활문화공간이 아니라 낯선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매년 58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익산예술의전당이 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총 4회에 걸쳐 익산예술의전당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글 싣는 순서]

Ⅰ 공간과 입지 개선

Ⅱ 정체성 갖추기

Ⅲ 콘텐츠 경영

Ⅳ 지역 역량 강화

◇ 어리둥절한 건물 모습

건물을 지을 때는 사용될 목적에 맞는 디자인과 구조를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일반 사무용 건물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이라면 더욱 그에 걸맞은 디자인이 필요할 게 틀림없다. 이에 일반적으로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의 특색을 형상화하거나 건물이 추구하는 목적을 디자인에 담게 된다. 보자마자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물론 특정한 느낌을 받도록 건물 자체를 상징화하는 작업이다.

2014년 12월 31일 준공된 익산예술의전당은 그런 면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공연장과 미술관 2개 동이 나란히 서 있는 건물은 바라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민들 대부분은 예술의전당 모습이 대체 무엇을 형상화 한 것인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쉬이 짐작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에 건물에 대한 설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안내는 찾을 수 없다. 익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꾸만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다.

◇ 처마와 보석

물론 예술의전당의 설계에는 익산 문화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할 때도 그러한 점의 반영이 주요한 선정 이유가 됐다. <미륵사지석탑 옥개석의 끝단과 눈부신 보석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는 것이 설계한 측의 설명이다. 그러니까 익산예술의전당 건물은 처마와 보석이 주요 테마란 얘기다.

처마와 보석이 익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에 적합한 이미지라는 데에도 논란이 있다. 단적으로 건물을 보고 미륵사지석탑의 옥개석을 떠올릴 사람이 없을뿐더러 눈부신 보석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이는 설계 당시부터 확실한 익산의 문화적 상징을 담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이미지로 끼워 맞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건물 자체가 담고 있는 이미지를 표출해내지 못하고 있다면 홍보를 통해 제대로 알리는 길도 있다. 그러나 익산시 예술의전당사업소는 홈페이지건 현장에서건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고 있다. 확인해본 결과 사업소 측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체성을 확립해야

익산예술의전당은 그 공간을 상징하는 심볼마크인 CI(corporate identity)조차도 없이 익산시 CI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익산시청이 운영하는 한 부서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예술의전당이 문화공간이 아닌 대관운영을 위한 행정부서와 같다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익산예술의전당은 익산시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됐다. 공연장이자 전시장이라는 기능적 필요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모습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아직까지 공간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시민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다가갈 것인지,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어떤 공연으로 어떤 도시 분위기를 이끌어낼 것인지, 어떤 예술인들의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줄 것인지 등등 공간의 목적에 부합되는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확고한 정체성을 상징화하고 널리 알리는 노력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애초에 바랐던 문화공간으로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