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이 능력별로 인사 선발 ‘드래프트제 도입’

이한수 익산시장이 인사정책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왔다.

민선 5기 들어 개혁적인 면모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은 있었지만, "강력한 수단을 쓰겠다"는 이 시장의 언급에 비추어 예상밖의 혁신적인 수단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체직원 1천300여명 중 한 부서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모두 전보 대상이다. 

공무원 전체를 인력시장에

익산시가 계획하고 있는 인사 혁신방안은 우선 서울시가 2007년 도입했던 '무능공무원 3% 퇴출제'와 '08년부터 실시한 드래프트 인사제 및 헤드헌팅제다.

서울시에서 이미 실행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올 하반기 16개 광역시도에서 청렴도 1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혔다. 농촌진흥청과 울산시의 사례도 검토됐다.

익산시는 전체공무원의 2~3% 정도를 퇴출후보자로 선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각 부서별로 부서장이 퇴출 대상자를 선정해 인사부서에 제출하면 소명 절차를 거쳐 심사한다.

여기에서 구제받지 못한 공무원은 퇴출공무원 후보로 선정되는데, 별도의 특별조직에 배치돼 현장에 투입된다.

서울시는 이들을 6개월 동안 '현장시정지원단'에 발령해 재교육을 받도록 했다.

보통 담배꽁초 줍기나 허드렛일,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 등에 투입한 뒤 평가를 거쳐 복귀 여부를 결정했다. 이런 방법으로 07년 서울시는 102명의 후보자 중 44명을 퇴출시켰다.

드래프트 인사제와 헤드헌팅제는 공무원 전체를 통합 '인력시장'에 내놓고 부서별로 능력 있는 공무원을 뽑아가도록 하는 제도다.

한 부서에서 1년 이상된 6급 이하의 모든 공무원을 전보대상으로 삼고, 직원들이 1차로 희망부서를 선택해 제출하면 국장이나 과장은 해당 부서에 남을 사람을 먼저 선정한다.

낙점받지 못하거나 전보를 희망하는 공무원들은 인력시장으로 나가게 된다.

이후 국장이나 과장은 각 부서에서 필요한 인원의 1.5배만큼의 직원 명단을 시청 '전보심의위원회'에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미리 개별 공무원에 대한 인사정보를 알고 있는 국장이나 과장이 함께 일 하고 싶은 사람을 지명한다. 국과장의 헤트헌팅이 여기서 이뤄진다.

이후에도 국과에 인원이 모자라면 국과장이 같이 일할 사람을 또 신청한다.

여기에서도 지명받지 못한 직원들은 인사부서 및 감사부서의 검증을 받은 후 부서 배치를 받는데, 나머지 직원들이 퇴출후보자로 최종 선정되는 것이다.

2%를 적용할 경우 익산시는 20~30명이 1차 퇴출후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08년 농촌진흥청도 퇴출제를 시행했다.

5급이하 5%에 해당하는 107명을 퇴출후보자로 선정해 '농업현장기술지원단'에 배속시켜 재교육을 시키고 3개월 후 평가를 거쳐 부진한 사람은 내보냈다. 

퇴출후보자에서 벗어나기 했지만 업무평가 하위 6~10%에 해당하는 공무원에게는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도록 경고하기도 했다.

울산시에서도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5~7급 공무원 13명과 부서장으로부터 지명받지 못한 직원을 '시정지원단'에 발령한 뒤 교통량 조사, 쓰레기 수거 등 현장에 투입하고 평가를 거쳐 퇴출 여부를 결정했다.

어떤 공무원이 선정되나

퇴출후보자로 뽑힌 사람들은 직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

대게 업무를 게을리하고 주변 직원들을 힘 들게 하는 사람이 꼽혔다.

자고 있는 공무원, 상습적으로 업무시간에 술 먹는 공무원, 인터넷만 뒤적이는 사람,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동료, 개인적인 일에만 골몰하는 직원, 갖은 핑계로 업무를 소홀히 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를 떠맡기는 공무원이 선택됐다.

한 눈에 봐도 업무에 태만한 공무원, 업무시간에 자주 자리를 비우거나 민원처리를 제 때 못하는 직원,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민원을 야기하는 사람,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어 사소한 일에도 불화를 일으키거나 일을 맡겨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주로 선정됐다.

한번의 비위사실로 퇴출

서울시는 올해 연말을 맞아 고강도 공직기강 감찰과 아울러 비위 사실이 한 건만 적발돼도 바로 공직에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익산시도 이를 원용할 방침이다.

두 번까지는 봐주고 세번째 퇴출시킨다는 '삼진아웃제'와 반대다.

익산시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위공무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에서 퇴출토록 할 계획"이라며 "비위나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금이나 상품권, 향응을 접대 받을 경우 아웃시킨다는 것.

“근무태도 달라졌다”

서울시나 울산시, 농촌진흥청은 공무원 퇴출제 시행으로 직원들의 업무 행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직원들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청렴도가 향상돼 점차 퇴출 대상 공무원이 줄어들었다는 것.

서울시에 따르면 퇴출후보자 재교육 이후 복귀한 직원의 90%가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았고, 시 전체의 청렴도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울산시에서 재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한 공무원은 "현장에 나가보니, 시민들은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해 국민들에게 봉사하기를 원하더라"며 "재평가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퇴출제를 실시한 이후 공무원들 사이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부패공무원 신고 활성화

익산시는 이외에도 부패공무원 신고포상제를 운영한다는 방침.

'부조리 신고 보상금 및 신고자 보호조례'를 제정해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이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신고토록 하고, 최고 1천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청렴마일리지제'를 도입해 일 잘하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고, '반부패청렴대책실무위원회'를 구성, 전 직원이 매년 10시간 이상 청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할 계획이다. 

동면사무소 친절도 향상돼야

성공사례가 있는 만큼 익산시가 인사혁신정책을 도입할 경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일선 자치센터(동면사무소) 직원들의 친절도 향상 대책은 따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자치센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공직기강 확립과 대시민 서비스 향상 정도를 이곳에서 체험한다. 일 못하는 직원들을 가려내는 것 못지 않게 친절도 향상 및 질 높은 행정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다.   

정실인사 방지 및 원칙 필요

공무원퇴출제나 드래프트제 시행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우려가 간부공무원들의 정실인사 문제다.

국장이나 과장이 퇴출직원을 선정하기 때문.

국과장이 혈연이나 지연, 학연 또는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일 못하는 직원을 구제해주거나, 직원들이 퇴출되지 않기 위해 부서장이나 힘 있는 사람에게 줄서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자주 지적된다.

간부급 공무원들은 퇴출후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는 '07년 4급 이상 상시평가 퇴출제를 도입했다.

농촌진흥청은 퇴출제 시행 처음부터 1~4급 고위 직원 8명을 면직시키거나 보직에서 해임했다.

이외에도 직원들이 담당 계장이나 과장의 신뢰도를 평가토록하고 인사 때 참고하는 다면평가제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사권자인 시장이 원칙을 정한 후 전 직원들이 이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드래프트제를 실시하고 있는 전북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또 인사 과정에서 의원들의 입김이나 외부인사의 압력에 의해 원칙이 훼손될 경우 직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 있고, 예외 규정을 너무 많이 둘 경우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김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