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대상 없는 무미건조 기획으로 시민과 동떨어진 무대

시민 맞춤형 기획 필요.. 양질 콘텐츠 유치 노력과 홍보 필수

익산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익산예술의전당이 개관 3년차에 이르렀다. 그동안 전문성 확보를 비롯해 예산투자, 지역 예술단체들과의 협력 등 여러 가지 지적과 대안이 제시됐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는 와중에 예술의전당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생활문화공간이아니라 낯선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매년 58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익산예술의전당이 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총 4회에 걸쳐 익산예술의전당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글 싣는 순서

Ⅰ 공간과 입지 개선

Ⅱ 정체성 갖추기

Ⅲ 콘텐츠 경영

Ⅳ 지역 역량 강화

◇ 허무한 예산 투입

익산시는 예술의전당을 개관한 지난 2015년에만 5억3,500만원의 예산을 기획 공연·전시를 위해 썼고 2016년에 6억5,000만원, 올해는 더 늘어 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 공모사업으로 인한 국비 확보 금액을 더하면 수억 원이 늘어 올해만 총 10억8,000만원 이상이 익산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과 전시사업에 쓰인다.

이렇게 매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이 공연이나 전시회 기획에 쓰이고 있지만 과연 그만큼 익산시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안타까운 수준에 맴돌고 있다.

2016년 예술의전당에서 기획 공연된 24건에 대한 관람객점유율을 보면 약 5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천2백석의 좌석 가운데 7백석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400억 원을 들여 최상의 시스템을 갖춘 번듯한 공연장을 갖춰놨지만 적어도 절반에 가까운 5백석을 비워뒀다는 것은 그 동안의 기대를 저버리는 허무한 일이다.

솜리문화예술회관 중공연장의 좌석 수가 584석이란 것을 감안하면 과연 대규모의 새 공연장이 필요했던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 무대 채우기 급급

현재 예술의전당사업소의 16명의 직원 중 공연 및 전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3명이다. 이들 손에서 매해 예술의전당의 무대에 올릴 공연과 전시가 결정되는 것이다. 예산의 범위 안에서 어떤 공연을 올리는 것이 익산시민들의 환영을 받을 것이며 예술의전당의 가치를 십분 활용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팀인 셈이다.

그러나 개관 이후에 무대에 올랐던 기획공연들을 보면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라 제 날짜에 가능한 작품에 무대를 맞추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진된 기획공연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당초 세웠던 계획과 달리 변경된 공연들이 수두룩한 것은 물론 시의적으로나 기획 의도로 봐도 뜬금없는 공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저 매월 1회 정도의 기획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기준으로 무대를 채우기 급급한 모습이다.

◇ 상업적 이용도 못 걸러

현재 익산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는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 명화 여행전’이 열리고 있다. 개관 2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으로 5월 30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전시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먼저 ‘모니카’라는 캐릭터부터가 브라질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다는 문제다. 친숙한 캐릭터를 통해 어린이들이 명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회가 오히려 캐릭터 홍보전시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시회를 감상하고 남는 것이 모니카라는 캐릭터라면 차라리 있는 그대로의 명화 감상이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이미 2015년에 경기도에서 시작된 이 전시회가 여러 도시를 거쳐 2년 만에 익산예술의전당을 찾은 것은 건전한 전시차원이 아니라 상업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익산시가 선택한 개관2주년기념 특별전시회라는 의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 양질의 콘텐츠와 홍보

최상의 시설을 갖추고도 무대를 채우기 급급하고 전시장을 통해서는 상업적 이용이 벌어지는 현재의 운영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공연을 올리고 전시를 기획하는지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고 그렇게 선택된 작품이라 해도 타 지역 공연과 차별성을 지닌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홍보의 중요성도 막대하다. 익산시민들이 함께 설레며 기다릴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홍보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빈 좌석 하나가 티켓 한 장의 손해가 아니라 익산시 전체의 손해라는 점을 인식하고 30만 시민들이 쉽게 공연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