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 유치 실적 미비, 연구센터 운영 계획 차질 ‘준비부족’

보석관련 산학 연구 협력 유명무실.. 특정 업체에 특혜성 위탁

지난 13일 열린 제202회 익산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익산시 패션주얼리공동연구개발센터(이하 주얼리연구센터)의 총체적 부실 운영 실태가 지적됐다. 유턴기업을 유치하고 익산시의 보석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국비 117억 원을 포함 총 181억여 원이 투입돼 건립됐으며 매년 시비 8억 원 이상이 운영비로 투입되는 위탁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익산시가 특정 법인에 특혜성 위탁을 주고 있는 행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본지는 심층 취재를 통해 익산시 패션주얼리공동연구개발센터 건립과 운영 과정 중에 무엇이 잘못됐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 김칫국 먼저 마신 익산시

익산시는 2012년 국내복귀 유턴기업을 기업유치와 보석산업 활성화의 기회로 보고 각종 지원을 했고 공동R&D센터 건립사업도 그 중 하나였다. 기업들의 정착을 돕고 신제품 개발 등의 역량강화 효과를 보기 위함이었다.

허나 익산시의 부푼 기대는 바람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2013년 30개 업체를 선두로 300개 기업이 도미노 식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은 처참히 뭉개졌다. 투자협약(MOU)을 맺은 업체는 25개 기업에 불과했으며 실제 투자가 이뤄져 2017년 현재 가동 중인 업체는 단 8곳에 불과하다.

이에 25개 기업 이상의 유턴 규모를 예상하고 건립된 주얼리연구센터의 역할은 유명무실해졌다. 매년 세금을 쏟아 붓고는 있지만 뚜렷한 기능조차 하지 못하고 성과도 내지 못하는 유령 기관이 된 이유다. 이에 일부 기업의 작업장 수준으로 운영되다가 그조차도 파행을 겪기도 했다.

◇ 주먹구구식 위탁 행정

익산시는 당초 주얼리연구센터 운영을 유턴기업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조례로 주얼리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에 위탁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이 위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었다.

헌데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은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연구 분야에서 국가 공모사업 등을 수행할 수 없는 자격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익산시는 2015년 9월 부랴부랴 귀금속 관련 비영리법인에서도 위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례를 수정했고 이후 연구 분야를 분리해 원광보건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했다. 도금동과 폐수처리장이 연구개발 파트와 분리 위탁된 이유다.

또 다른 곳에서도 문제는 계속 도출됐다. 물량이 적은 탓에 도금동 운영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은 이를 사용자부담으로 돌렸다. 위탁기관이 다시 임대를 주는 형식을 갖추는데 익산시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승인해줬다. 더불어 전기 계약용량을 낮추고 소요경비를 지원하는 등 운영 정상화를 위해 행정력을 쏟았다.

그럼에도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수탁을 포기해 버렸다. 이에 익산시는 부랴부랴 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원광보건대 산학협력단에 남은 4개월여에 대한 시설의 일괄 위탁을 맡겨야 했다. 익산시는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면서도 수탁을 포기한 한국주얼리협동조합에 어떠한 제재조치도 할 수 없었다. 협약에 수탁 포기에 따르는 페널티를 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익산시의 변명이다.

◇ 특혜는 뻔뻔하게

익산시의 주먹구구식 위탁 행정은 올해 4월 익산시가 주얼리연구센터 일괄 위탁을 위한 공모를 진행하며 극에 달했다. 4개월 전 수탁을 포기한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이 다시 위탁 운영자로 선정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익산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다. 영리법인이기에 국가공모사업을 따낼 수 없다는 점은 협동조합 안에 비영리 연구법인을 만드는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럴 거면 애당초 왜 조례까지 바꿔가며 연구기관을 분리 위탁했는지 아리송한 부분이다.

또 그렇다 해도 현재까지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이 그러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일단 뽑아놓고 자격을 준비하는 것을 익산시가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모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익산시가 무조건 한국주얼리협동조합에 위탁을 주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진다. 여러 흠결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익산시의 행태는 그러한 의혹에 확신을 더한다.

◇ 도금장의 불편한 진실

익산시는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이 작년에 수탁을 포기한 이유를 도금장의 적자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1월부터 4월까지 도금동 운영을 맡았던 원광보건대 산학협력단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원광보건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물량이 적고 규모가 커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점은 있었으나 도금 수수료를 낮추면서 정상 운영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4개월 운영을 하면서 도금동에서 적게나마 수익을 남겼다. 한국주얼리협동조합이 수탁을 포기할 정도로 적자폭이 컸다는 익산시의 해명이 이상한 이유다.

또 적자가 계속돼 수탁을 포기한 법인이 다시 위탁을 받아야 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상식이다.

익산시는 2016년 위탁비로 6억2,000만원의 예산을 세워놓고 1차 추경에서 도금약품 교체비용 1억5,000만원, 소모품비용 4,000만 원을 더 세워 총액 8억1,000만 원의 세금을 투입했다. 운영경비조차 수억 원을 보조받으면서도 적자를 냈다는 얘기다.

또 익산시는 올해 도금동 라인 설비 변경을 위한 예산 3억6,000만원 추가 투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3년 운영된 시설을 수억 원을 들여 변경해야 할 정도로 설계부터 총체적인 부실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