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 충분한 전 대표이사 사임하고 ‘나 몰라라’

영등동 골든캐슬아파트 시행사가 하자보수와 관련 사해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지급판결을 받았지만 재력을 가지고 있는 시행사 대표이사가 소송 도중에 변경되고 등기상 이사에서조차 빠지면서 4년 넘게 한 푼의 손해배상금도 받지 못한 상태다.

이 아파트는 2005년 3월 25일 익산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아 3개동 155세대에 대한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하주차장 균열 및 누수, 외벽 균열 및 누수 등 시공상 하자가 곳곳에서 발견됐고, 입주자들로 구성된 자치관리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는 하자보수를 요구하다 원활치 않자 이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3월 시작된 소송은 3년여에 걸쳐 1심과 2심이 진행됐고, 2013년 5월 7일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민사부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통해 “골든캐슬아파트 시행사인 주식회사 캐슬과 신미래종합건설 주식회사가 연대해 손해배상 및 지연손해금, 기타경비 등 9,782만원을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입주민들은 시행사로부터 단 한 푼의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소송을 진행해 왔던 입주자대표회의는 시행사인 주식회사 캐슬의 아파트 건축 및 분양 당시의 대표이사 A씨가 소송 도중 변경되고 등기상 이사에서 빠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A씨가 현재도 골든캐슬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지역에서 보석업체와 영화관을 운영하는 등 충분한 재력이 있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꼼수로 발을 뺐다는 게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주장.

소송 도중 대표이사가 된 B씨는 전 대표이사인 A씨와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주식회사 캐슬의 법인등기상 남아 있는 1명의 이사 역시 A씨 밑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현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 이후 캐슬 측에서 이자를 제외한 원금만을 지급할 테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개인 인감증명을 요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입주자대표회의는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대표이사가 아니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충분한 재력이 있는 A씨가 소송 도중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발을 뺀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씨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A씨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