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훈령상 수사사건 내용 공개 가능한데도 검토 안 해

오보 대응 의무도 규정돼 있지만 아무 조치 없이 수수방관

경찰청 훈령상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해 사건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수사사건의 내용을 공개할 수 있고 오보에 대한 대응 의무가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북경찰이 인구 30만 도시의 단체장을 소환 조사까지 하면서 그 구체적 이유는 꼭꼭 숨긴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최근 익산시장과 관련 전북경찰과의 취재를 토대로 한 추측성 기사가 연일 난무하면서 익산시장과 시민의 명예와 도시이미지 실추는 물론 지역사회 혼란과 불안이 초래되고 있다.

하지만 사건관계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전북경찰은 수사사건 내용 공개나 오보 대응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업자의 진술 외에 단체장을 소환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을 요하는 질문에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경찰청 훈령 제821호)은 수사사건의 내용 공표·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해 사건관계자(피의자, 피내사자, 피해자, 참고인 등)의 권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경찰관서의 장은 수사사건 등에 관해 오보가 있는 때에는 그 오보의 내용과 사건의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해 직근 상급 기관에 보고해야 하며, 오보로 인해 사건관계자의 명예 등 인권이 침해되거나 수사기관의 권위가 훼손되는 경우 또는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언론매체에 사실관계를 신속하게 전달해 오보의 확산을 방지하고 정확한 사실이 보도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보에 대한 대응의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북경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이는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익산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수사권 독립을 위해 인권경찰을 부르짖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산시민들은 연일 쏟아지고 있는 언론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손으로 뽑은 시장이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시민들은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 유무와는 상관없이 그 혐의가 진실인 것인 양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각종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3일 경찰수사 직후 입장표명에 나선 정헌율 시장은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지만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불완전한 기사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170여 차례나 보도되면서 익산시민과 저의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됐으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 불안도 커져가고 있다”면서 “그간 제기된 유언비어에 대해 소명할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은 채 한순간에 불구속 피의자로 변해버렸으며 이 일로 제 인내심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전북경찰청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수사기관의 잘잘못은 따지지 않겠지만, 수사가 끝나면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사사건 내용의 예외적 공개는 의무가 아니라 재량사항이며, 검토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훈령상 의무화 돼 있는 오보 대응에 대해서는 “전화상으로 답변하기가 어려우니 직접 전북경찰청을 방문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