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고발당한 전력에도 불구 지원대상 선정

관련 지침상 비가림 시설 없이 준공검사 통과

이후 밀폐 형태 차폐막 설치.. 미생물 못살아

왕궁면 쌍제리 마을 한복판에 설치된 호기성 액비화시설. 관련 지침과 어긋나게 비가림 시설 없이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준공검사를 통과했다. 이후 주민 민원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삼각형태의 비가림 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는 밀폐형식이기 때문에 호기성 미생물이 살 수 없고 이에 따라 악취저감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현재는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수 조치된 상태다. 

왕궁면 마을 한복판에 행정이 액비처리시설을 지원하면서 대상자 선정 및 준공검사를 부실하게 해 말썽이다. 극심한 악취를 우려하고 있는 주민들은 시청을 항의 방문해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를 강력 촉구했다.

지난 11일 왕궁면 남사마을 주민 등 20여명은 시청을 찾아 “2개월여 전 전북도와 익산시가 함께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들 앞에서 재검토를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한마디 말없이 대책마련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부실한 준공검사의 문제점과 이미 주민신뢰를 잃어버린 행정에 대해 성토했다.

문제의 현장은 왕궁면 쌍제리에 있는 돼지사육 농장. 2,000두 가량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이 농장은 수년째 악취로 인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다. 지난 2014년과 2016년에는 가축분뇨 공공수역 무단유출로 인해 2차례에 걸쳐 행정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익산시 축산과에 농식품부의 가축분뇨처리 개별시설 지원 사업을 신청했고 2016년 익산시의 심의위원회를 거쳐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지역 내 축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지만, 불법행위 경력이나 민원에 대한 제재조항이 없어 별다른 문제없이 통과됐다. 이후 농장주는 올해 1월 16일 도시개발과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고 공사에 들어갔다.

또 축산과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을 당시부터 착공하기까지 부지 일부분이 타인 소유였던 문제는 토지사용승낙서를 제출한 것으로, 축사의 증축에 대해 주민 80% 이상의 동의를 요하고 있는 익산시 가축사육 제한 조례의 규정은 축사의 증축이 아니라 별도의 대지에 축조된 공작물이라는 이유로 무사통과됐다.

하지만 또다시 비가림 시설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병합처리 바이오가스화 시설 기술지침서 부록13 액비화시설 및 액비저장조 기술지침은 ‘개방형의 경우 우수의 침투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지붕 등)로 하고, 인명 및 가축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 등을 설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장주는 별도의 비가림 시설이 없어 우수가 직접적으로 침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개방형 호기성 액비화시설을 설치하고 준공검사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후 주민 민원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삼각형태의 차폐막을 설치했지만, 이는 밀폐 형식이어서 호기성 작용을 위한 미생물이 살지 못해 당초 목적인 악취저감시설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우수 침투 방지를 위한 지붕을 설치할 경우 법률상 건축물이 돼 건축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축사육 제한구역 내 축사 증축 행위로 인정되거나 건폐율을 맞출 수 없게 돼 건축 허가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준공검사 합격통보 이후 진행한 시험운행 과정에서 액비처리시설(콘크리트 구조물)에 가축분뇨 대신 채워 넣었던 물이 인근 토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농장주가 하자 보수를 진행한 뒤 재차 진행한 시험운행에서도 똑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민원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축조한 액비처리시설이 부실공사였음이 판명됐으며, 익산시의 준공검사 또한 엉터리였음이 판명된 것”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이어 “관련 지침상 설치해야 하는 비가림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있자 농장주는 편법으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임시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 액비처리시설을 밀폐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호기성 미생물들이 죽어 애초 목적인 악취저감시설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악취가 더욱 심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주민들은 “탁상행정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민의견을 미리 청취해 해결책을 찾았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뇨 무단방류, 환경부 기술지침에 어긋나는 편법적 공작물 축조, 주민 민원 발생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농장주에 대해 혈세가 지원되는 데 대한 제재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련의 과정 탓에 공무원과 농장주 간 커넥션 의혹까지 일고 있다”고 꼬집고“심각한 고통으로 인해 하소연 하러 온 주민들을 상대로 대화중에 피식피식 웃는 공무원이 어디 있느냐”며 “그동안 수차례 참고 넘어갔는데 주민들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이날 항의 방문은 주민들과 공무원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번졌다.

한편 농장주는 현재 기 설치한 밀폐 형식의 비가림 시설을 다시 보수해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다. 하지만 이 경우 우수 침투를 막을 수 없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