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석 홍보 취지 무색.. 市 ‘불량 납품업체 눈감아주기’ 의혹

올 9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익산시석제품전시홍보관 조성에 조달청 표준규격에 미달된 경계석이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익산지역 석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공간에 엉터리 석제품이 사용되며 홍보관이 국·도비 포함 총액 70억 원을 투입한 우스갯거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취재가 시작된 이후 익산시는 발주된 경계석과 다른 경계석이 시공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납품업체에 의해 사후 조치하도록 하는 것으로 매듭지으려 해 불량자재 납품을 눈감아주는 한편 감리·감독의 책임도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2006년 시작한 ‘익산석제품전시홍보관’ 조성사업은 전통적으로 우수한 익산의 석제품을 전시·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석재산업 지원시설로, 12년 동안의 지지부진한 사업추진 끝에 올해 9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실내 전시홍보관 건축물의 경우 지난 6월 준공됐으며 현재 야외 전시장 및 조경시설 등의 마무리공사가 진행 중이다.

허나 지난 19일 현장 확인 결과 현재 조성부지에 설치된 도로경계석 상당수가 표준규격에 맞지 않는 엉터리 석제품이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나 주차장 등의 경계석으로 사용되는 ‘자연석경계석’의 경우 도로에 면한 모서리 부분이 둥그렇게 연마돼 있는 것이 일반적으로, 한국석재공업협회 단체표준으로 등록돼 조달청 납품규격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이는 타이어 등이 부딪혀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과 충격 흡수율을 높여 경계석이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허나 석제품홍보관 조성부지의 상당수 경계석의 경우 표준규격과 달리 대각선으로 잘려나가 각진 V컷 경계석이 시공돼 있다. 이는 저가의 중국산 경계석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충격으로 인한 깨짐이나 갈라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달청 확인 결과 자연석경계석의 경우 V컷된 제품 납품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익산지역의 석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조성하는 시설에 기본적인 품질규격에도 못 미치는 미달된 경계석이 사용된 황당한 상황이다.

익산시 투자유치과는 취재가 진행되자 부랴부랴 현장 상황 파악에 나서 기준미달 제품이 시공된 사실을 확인했다.

익산시 담당자는 “1차분 납품된 경계석에서 문제의 제품이 시공된 것을 확인했고 설계 발주 상에는 모서리를 둥글게(10R) 만든 제품이 납품됐어야 했다”며 “공사비에 맞추려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납품처가 저가의 불량 제품을 납품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해당 제품의 문제를 파악하고 나서도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인 J석재에 이미 시공된 V컷 경계석의 모서리를 연마기로 다듬게 하는 조치에 그쳤다. 각진 경계석을 다듬어 둥글게 만드는 것으로 사태를 묻고자 하는 심산이다.

이에 불량제품 납품을 눈감아주고 감리·감독의 책임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 모 씨는 “익산시가 이런 식으로 얼굴 부끄럽게 하니까 석재인연합회에서 시설 준공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다”며 “남들이 와서 보고 갈 텐데 일반 건물보다 못한 상태를 어떻게 보여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