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 “단체교섭권 무력화하는 반헌법 범죄행위”

회사 측 사과문 통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약속

LG화학의 노동조합 불법도청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노동3권 파괴 반헌법 행위”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는 논평을 통해 “지난 20일 LG화학 익산공장에서 진행된 임단협 교섭 중 노조휴게실에 도청장치를 한 것이 발각됐다”면서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이고,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키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LG화학 노조 관계자들은 올해 임금 인상과 관련한 7차 협상이 진행됐던 지난 20일, 익산 용제동의 LG화학 생명과학 공장 노조 휴게실에 불법 설치된 녹음기를 발견했다.

노조 교섭위원들이 협상전략을 논의하던 휴게실 안에 녹음기가 설치된 것이 발견되자 노조 측은 불법 사찰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회사 측은 해당 사실을 부인하다 경찰까지 출동한 뒤에야 몰래 녹음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노조 측이 서울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언론보도가 잇따르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LG화학 측은 25일 오전 ‘LG화학 노동조합 녹음 이슈 관련 입장 및 사과문’을 발표했다.

LG화학 측은 이를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LG화학을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분들과 특히 많은 실망감을 느끼셨을 노조원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회사 측에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실확인을 위해 제3자인 사법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LG화학은 이번 사건을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당사의 노경 철학에도 부합하지 않는 충격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노조에서 제기하고 있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노조와 함께 외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도록 하겠으며,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그 누구라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처벌은 미미하다”면서 “이러다보니 회사가 노동조합을 굴복시키기 위해 파렴치한 도청행위까지 자행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LG화학 측은 실무자 개인의 판단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고 증거인멸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노동조합 내부 논의를 도청하는 것은 외부인이 회사기밀 자료를 몰래 반출하는 것과 같은 악질범죄행위이며, 진상파악을 위해 범죄자를 즉각 구속하고 회사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과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