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 줄이면서 근로자 편의 보장 취지 외면

산단공, 사업성만 바라보며 업자 입맛대로 질질

국가산업단지 근로자 정주환경 제공이라는 취지로 어양동 중앙체육공원 건너편 노른자위 땅에 민간업체가 초고층 오피스텔 및 공동주택을 짓는데, 근로자 편의제공은 무시된 채 사업자의 수익성만을 고려한 설계변경이 이뤄져 논란이다.

어양동 513-41번지에 건립 예정인 센트럴파크는 민간대행 형식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계약을 체결한 (주)동서가 추진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지난해 10월 착공이었지만, 10개월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예정이었던 공사기간도 1년 가량 늘어지게 됐다. 그 주된 원인은 설계변경을 위한 행정절차다.

건축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익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건물 최고층수를 26층에서 28층으로 높이고 지하를 2층에서 1층으로 줄이는 한편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의 근린생활시설을 대폭 축소하는 설계변경안이 통과됐다.

심의 과정에서 익산시 주택과는 산단공 측에 관련법 검토를 의뢰했지만, 산단공은 “본사 직원이 함께 검토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건립의 취지가 근로자 정주여건 개선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편의제공을 위한 근린생활시설을 대폭 축소(지하 1층 삭제, 지상 1·2층 일부 변경, 지상 3층 주민공동시설 설치)하는 설계변경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상층이 2개층 늘어나는 대신 지하층이 1개층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연면적도 4만2,387㎡에서 3만8,149㎡로 4,237㎡ 줄었다.

민간대행으로 추진되는 공사에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는 줄면서 근로자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은 줄어들면서 당초 취지에 반하는 설계변경이 이뤄진 것이다.

당초 사업자 선정 및 사업계획 승인 과정에서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행태로 지적을 초래했던 산단공이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근로자 편의는 외면하고 민간사업자의 입장만을 고려한 채 설계변경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2015년 1월 설립된 민간사업자 (주)동서는 3개월 만인 같은 해 4월 산단공의 공모에 응했고 6월에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산자부는 사업추진을 위해 2016년 3월 31일자로 당초 산업시설구역이었던 부지를 지원시설로 변경하고, 신규로 센트럴파크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계획변경을 승인해 고시했다.

이 과정에서 산단공은 대형 주거시설을 지으면서도 자체 수요조사나 별도의 사업타당성 검토는 하지 않고, (주)동서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한 평가와 심의만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면서 이번 설계변경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등 사업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산단공 익산지사 김호범 지사장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민간대행사업 추진이 어렵다. 민간사업자가 당초 계획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특히 근로자들을 위한 근린생활시설 축소에 대해서는 “분양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예상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행태는 국가산단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공업용지에 대규모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지역 내에 건립되는 고층 건물들과 관련해 위치나 교통, 경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면서 “안타가운 점은 행정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며 우려했다.

또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들은 법으로 정해진 절차 외에 전문가 토론회나 시민 공청회를 마련하는 것이 자치시대에 맞는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