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된 조례 곳곳 허점투성이.. 만들 때부터 무용지물 조례

익산시가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관련 근거가 되는 조례는 허술한 상태로 방치하면서 무책임한 위탁행정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익산시는 새만금 오염원 해소를 위해 2012년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왕궁면 한센인 정착촌 등 특수지역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를 처리하고 있다. 준공 직후 익산시는 시설을 민간투자사업(BTO) 시행자인 뉴워터(주)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익산시는 준공 이전인 2011년 7월 ‘익산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관리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이후 2013년과 2017년 일부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시설 운영의 기본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7년 전 만들어진 해당 조례는 그동안 두 차례 개정되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허점투성이인 상태로 드러났다.

먼저 해당조례는 시설의 관리 및 운영에 대해 ‘시장이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익산시가 시설을 위탁해 운영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현재 조례는 익산시가 직영하도록 규정돼 있는 셈이다.

운영 주체가 익산시인 ‘직영’ 상태를 전제하고 있다 보니 조례의 다른 내용도 전체적으로 어긋나 있다. 조례는 가축분뇨의 수집·운반 업무에 대해서만 대행을 맡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리는 온전히 익산시의 책임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감독과 관리의 대상도 수집운반 계약자가 대상이다. 조례만 보면 실제 익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처리업체는 익산시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익산시가 수백억 원이 투자된 시설을 유명무실한 자치법규를 근거로 7년 째 운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익산시는 지난달 5일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위탁 운영에 대한 명확한 근거 마련과 그에 따르는 대상 추가가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해당 조례가 허술하게 유지돼 왔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와 함께 개정안은 최근 지적된 바 있는 타 지역 가축분뇨의 반입을 명확하고 까다롭게 제한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 개정이 심의될 예정이던 3월 21일 익산시의회에는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익산시 담당자는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에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기 때문에 다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무용지물인 조례로 운영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익산시가 조례를 기초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운영상황에 맞게 조례를 맞추는 주먹구구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례를 심의한 익산시의회 역시 심의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 없이 허투루 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수년 동안 허술한 상태가 지속된 것은 행정과 시의회가 안일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업체와의 유착 의혹도 커지면서 행정에 대한 신뢰가 손상될 것이므로 명확한 조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