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4년 동안 남북관계 진전 필요성 강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당시에는 상호 합의내용(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시간이 없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얻은 교훈이다. 될수록 빨리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 앞으로 4년이면 충분하다.”

지난 5월 31일 저녁 ‘북미 비핵화 합의 이후 한반도의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원광대학교 이재봉 교수는 앞으로 4년 동안 남북관계 진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이제 다시 열리고 있는 만큼, 정권이 다시 바뀌더라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를 진전시켜 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경제교류협력을 위한 미국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문화교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교류협력은 쉽지 않다. 미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지 않는다면 어렵다. 좋든 싫든 미국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미동맹과는 별도로 북미합의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성사시켜야 한다.”

그가 스스로 지독한 반미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미국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국을 앞세우면 일부 언론이나 야당의 발목잡기나 딴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나 공조를 강화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이 반대하면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 수 없고,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한이든 중국이든 경제지원이나 협력을 추진하기 어렵다. 미국이 직접 돈을 내지는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바꿔야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돈이 들어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협상력을 높이 평가하며, 마찬가지로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높이 평가하면, 주위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존 미국 대통령들과는 달리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면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고립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평화분야에서는 백번 낫다.”

“트럼프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쓴다. 쉽게 말해 벼랑 끝 전술이다. (어떤 수를 쓰든) 상대방이 양보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다. 둘 다 훌륭한 협상가다.”

무기장사를 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 대해서는 “북한을 적으로 삼아 남한과 일본에 무기를 팔아 얻을 수 있는 경제이익과,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따른 안보이익을 비교해 큰 쪽을 택하지 않겠는가. 북한에 대한 투자를 통해 거둘 수 있는 경제이익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는 국익보다 사익을 중시하는 측면도 강하다”면서 “2년 전부터 불거진 러시아 관련 의혹과 성추문, 11월 중간선거와 12월 노벨평화상 등을 염두에 두고 북미회담에 임할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물리적으로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이뤄지면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면서 “냉전이 종식되면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가 필요한 미국이 아쉬운 입장이 돼 주한미군 유지비용 협상에 나서게 된다. 우리가 매달릴 필요가 없다. 나가든지 돈을 내든지 큰소리를 치며 협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이 하고 있는 ‘등거리 외교’를 눈여겨 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유연성을 가지며 이제는 오히려 북한이 미국과 중국간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북미간 중재를 중국이 했다. 이제는 우리가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를 정말 잘하고 있는 거다.”

향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일단 종북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사회복지비용 등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또 “분단 때문에 나오는 이념갈등, 친북좌파, 수구꼴통 등의 말들도 사라지고 징병제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덕수궁에서 출발해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만주벌판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기차여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