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에 맞아 찢어진 비닐하우스, A씨가 주워담아 놓은 골프공, 농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 A씨의 조립식건물과 오른쪽 골프장, 골프공 때문에 비가 줄줄 새면서 파인 바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덕기동의 한 골프장에서 수시로 날아오는 골프공이 인근 논밭과 도로를 오가는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어 말썽이다.

골프장 바로 옆에서 400여평 밭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수시로 날아드는 골프공으로 인한 피해와 위험을 호소했다.

지난 8일 현장을 확인해 보니, 골프장과 4m 가량의 농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밭에 수시로 골프공이 날아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를 짓기 위해 마련한 조립식건물은 골프공에 맞아 틈이 벌어지면서 비만 오면 물이 줄줄 새고, 바로 옆의 비닐하우스는 찢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리콘으로 지붕 틈을 막아놔도 금세 골프공이 날아와 때리면 다시 벌어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골프공에 맞을까 두려워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A씨에 따르면 수시로 날아드는 골프공은 하루에만 서너 차례에 이른다. 많은 경우에는 열 개 가까이 날아오기도 한다. 골프장과 밭 사이 농로의 수풀을 헤치며 골프공을 수거해 가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다.

이 때문에 A씨는 조립식건물 바로 앞 골프공 사각지대에서만 텃밭을 가꾸거나, 상대적으로 골프 이용객이 적은 새벽시간대를 이용해 밭농사를 짓고 있다.

A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수차례 골프장 측에 안전망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5개월여가 흐르도록 이뤄진 조치는 비닐하우스 일부에 임시로 천막을 덧대놓은 게 전부다.

수차례에 걸쳐 전화를 하고 직접 가서 관계자를 만나고 문제해결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진 조치가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골프장 관계자는 “임시방편으로 비닐하우스에 대한 조치를 했고, 안전망 설치 등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골프장이 법정관리 중이라 결재라인의 결재를 받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골프장 등록·신고 및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법령은 내방객 안전 위주의 시설기준이 규정돼 있어, 체육시설업의 등록·신고시에 관련부서 협의를 거쳐 안전관리 등 민원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 측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면서 “현장 확인 후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시정을 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