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건강영향조사 용역기관이 도출한 결과 발표

비료공장 연초박 불법 사용으로 각종 발암물질 발생

환경부가 함라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과 인근 비료공장간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관련기사 2면>

주민들이 원인으로 지목한 비료공장이 퇴비(교반공정)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비료 원료(건조공정)로 사용했으며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로 건조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각종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작업장 내부뿐만 아니라 대기 중으로 배출돼,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대학교수, 박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위원들은 이에 대해 “당연히 인과관계가 명확히 인정돼야 한다”며 환경부의 최종 판단을 요구했지만, 환경부는 공장 가동 중단 후 1년이 넘은 시점에서 반감기가 짧은 인체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오염물질 노출 관련 생체지표를 확인하지 못한 연구 한계점이 있다는 이유를 들며 인과관계를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에서 관련 용역을 수행한 환경안전건강연구소(소장 김정수)는 “비료공장이 불법적으로 연초박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 등 발암물질이 주변지역으로 확산됐고, 집단적 질병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부 올바로시스템 확인 결과 비료공장은 지난 2009년부터 2015년(2011년 제외)까지 ㈜KT&G 신탄진공장에서 반출된 총 2,242톤의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2009년의 경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당 비료공장만 연초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바로시스템 이외에 다른 경로로 수입산 연초박이 유입돼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료공장의 비료 원료의 총 PAHs 농도는 371.6㎍/kg으로 건조시설 보유 유기질 비료업체의 농도 46.7㎍/kg보다 무려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혼합유박에 연초박을 혼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원심집진기 내부와 백필터 뒤에서 고농도의 PAHs가 검출됐고, 사업장 내 침전먼지에서는 원심집진기 내부보다 4배가량 더 고농도의 PAHs가 검출됐다. 또 비료공장 내·외부 모두 TSNAs가 검출돼 공장 주변이 TSNAs로 오염됐다는 것도 확인됐다.

토양 내 중금속 조사에서는 세정탑 주변 과거 굴뚝 지점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3지역 공장용지)을 적용한 결과 니켈이 1,511mg/kg 검출돼 기준치 500mg/kg를 약 3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구 먼지의 경우 유사공정업체 조사 결과 모두 배출허용기준의 2.7~3.4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해당 비료공장의 경우도 내·외부 환경이 먼지에 매우 취약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TSNAs가 먼지와 결합돼 대기 중으로 확산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노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장점마을 침적먼지의 PAHs 분석 결과 비료공장 인접 주택에서 680.5㎍/kg로 가장 높은 농도가 검출됐고 약 1km 떨어진 마을회관 인근 지점에서는 643.3㎍/kg가 검출돼, 거리에 관계없이 장점마을이 비슷한 수준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침적먼지의 TSNAs 분석 결과에서는 총 15개 지점 중 5개 지점에서 TSNAs가 검출됐다. 반면 대조지역은 5지점 모두 불검출됐다.

또 침적먼지의 중금속 분석 결과에서는 니켈의 경우 마을 전체가 같은 농도에 노출되는 군집으로 판단됐고, 대조지역에 비해서는 중금속 노출이 유의하게 높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PAHs 흡입 노출에 의한 초과발암위해도 결과에서는 2009년과 2015년 24시간에서 ‘위해관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TSNAs 중 NNK 흡입 노출 초과발암위해도는 2009년 24시간에서 ‘발암성위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위해관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장점마을 주민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알레르기 관련 이상 소견자나 혈중 납 평균 농도가 통계적으로 대조군과 유의하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부검진 결과 유해물질 등 원인노출 인자로 인한 피부질환 의심대상자가 14명으로 대조지역 3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지기능검사에서도 인지기능 저하를 보인 경우가 57.7%로 대조지역 31.4%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전국 대비 장점마을의 암 표준화 발생비 분석 결과에서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암이 2.05배 높게 나타났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2.22배를 기록했고, 피부암은 무려 21.14배, 담낭 및 담도암은 16.01배(남자)를 기록했다.

권태홍 정의당 전북도당위원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인과관계를 명확히 인정할 수 있는 수준임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환경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훈 변호사는 “법적으로 환경오염피해에 관한 인과관계는 ‘오염 발생, 마을까지 이동(도달), 주민피해 발생’이라는 3가지가 충족되면 인정되는 것이고, 그럴 경우 오염 발생 원인자가 인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