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 장점마을 주민들이 자가당착 모습을 보이고 있는 환경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해 환경오염 발생(원인), 마을까지 도달(전이), 주민피해 발생(결과)라는 인과관계의 요건이 충족된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며 끝까지 버티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와 주민들,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민간위원들은 지난 6월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점마을 주민들 다 죽어야 인과관계를 인정할 것인가”라며 환경부의 소극적 태도를 성토했다.

앞서 6월 20일 환경부는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용역을 수행한 환경안전건강연구소(소장 김정수)는 “주민들이 원인으로 지목한 비료공장이 퇴비(교반공정)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비료 원료(건조공정)로 사용했으며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로 건조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각종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작업장 내부뿐만 아니라 대기 중으로 배출돼,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처럼 조사를 통해 집단 암 발병과 인근 비료공장간 인과관계 인정을 위해 필요한 원인과 전이, 결과가 모두 확인됐다.

해당 비료공장이 지난 2009년부터 2015년(2011년 제외)까지 ㈜KT&G 신탄진공장에서 반출된 수천톤의 연초박을 불법으로 사용했고, 이로 인해 공장 내·외부는 물론 인근 마을지역 곳곳이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에 노출됐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됐고, 장점마을 주민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알레르기 관련 이상 소견자나 혈중 납 평균 농도, 피부질환 의심대상자 등이 통계적으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전국 대비 장점마을의 암 표준화 발생비 분석 결과를 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암이 2.05배 높게 나타났고, 피부암은 무려 21.14배, 담낭 및 담도암은 16.01배(남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주민들은 “환경부의 태도는 주민들의 고통은 뒷전이고, 주민 생명에 비하면 대상과 지원액이 매우 제한적인 관련 법령상의 피해구제를 통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법률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잔 계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인과관계를 밝히지 않고 개연성이 있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린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 “역학조사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내릴지에 대해 환경부와 지역사회 전문가가 함께 토론하자는 제안에 대해 환경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환경부가 집단으로 암에 걸린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허가와 관리 문제, 주민 피해에 대한 무사안일한 행정의 대응, 제도의 한계, 역학조사 방식의 문제 등 그동안의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환경 관리에 대한 허점이 너무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주민들은 마을 총회를 통한 공식입장 환경부 전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책위원회 구성 및 공동대응, 익산시·전북도·국회 등 피해주민 증언대회 개최, 국정감사에서 환경부장관 책임규명 등을 예고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