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추천한 정치인 사무국장 내정

친위조직 탈피, 정치색 배제 ‘까마득’

익산시체육회(회장 정헌율) 사무국장에 시장이 추천한 정치인 출신이 내정되면서 ‘단체장 친위조직’ 오명을 벗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다.

익산시는 지난 22일 “그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던 익산시체육회 사무국장에 주유선(63) 전 익산시의회 의원을, 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에 왕경배(55) 익산시족구협회장을 각각 내정했다”고 밝혔다.

단체장 친위조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체육회는 불법·부당한 임원진 구성, 회계처리 미흡, 끊임없는 보은인사 논란 등 총체적 난맥상을 이유로 올해 본예산 심의에서 운영비 전액 삭감 조치를 받았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기존 임원진 전원 해직처리를 비롯해 공무원 파견 증원, 규약 정비 등을 통해 정상화를 꾀했다.

비상체제 속에서 사무국장 직무대리가 파견됐고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됐다. 이어 지난 6월 1차 추경에서 운영비가 확보되면서 정상 운영의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단체장 친위조직 탈피나 정치색 배제라는 당초 목표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부회장, 이사, 감사 등 임원진을 여전히 체육회장인 시장이 최종 선임하고, 사무국장 역시 시장이 추천하기 때문이다.

실제 새로운 30명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순수체육인이거나 체육관련 경력자는 5명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건설사 대표나 사업가 등으로 채워져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정치인 출신 사무국장이 내정됐다. 주유선 내정자는 정헌율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조배숙 국회의원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고, 그간 줄곧 정치적 행보도 같이 해 왔다.

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 내정자는 장애인체육회가 구성되지도 않고 관련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던 수개월 전부터 자신이 사무국장 내정자임을 시청 안팎에서 얘기하고 다니기도 했다.

단체장 친위조직 탈피, 정치색 배제를 위한 그간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산시의회 A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한 해 운영비 전액을 삭감 조치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정치색을 배제하고 조직을 쇄신을 하라는 취지였다”면서 “추경에 예산을 세우니 얼렁뚱땅 또 정치인 출신 인사가 사무국장으로 내정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익산시는 “주유선 내정자는 익산시의회 부의장을 역임한 3선 시의원으로 탁월한 행정·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탁월한 업무추진력을 인정받았고, 왕경배 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 내정자는 현 익산시족구협회장으로 온화한 성품과 추진력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또 체육회장인 정헌율 시장은 “양 체육회 당면문제 해결과 급변하는 체육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체육 진흥과 체육회 조직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