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가 개교 104년 만에 여성 교무의 결혼을 허용키로 했다.

원불교는 지난달 교단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를 열고 여성 교무 지원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던 정녀(貞女)서원을 삭제하는 내용의 ‘정남정녀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녀서원은 여성 교무로서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약속하는 서약으로, 이번 개정으로 원불교 여성 교무도 남성 교무처럼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원불교는 개교 이래 여성 교무들이 독신으로 사는 것을 불문율로 해왔고, 1986년에는 아예 정녀지원서 제출 의무를 명시화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시대착오적인 남녀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남성 교무의 경우 결혼을 허용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여성 교무의 경우에는 정녀 서원을 하고 결혼을 포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은 정녀서원이 자율적인 선택이어야 한다는 원불교 내부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지도자인 전산 김주원 종법사 역시 지난 4월 23일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단 100년이 지나면서 여성 교무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정녀서원 폐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인해 정남정녀 지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율적인 선택에 따른 정남정녀 희망자는 교역자 승인을 받은 때로부터 42세 전까지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고, 이들이 독신 서약을 지켜 60세가 되면 교단은 정식으로 정남정녀 명부에 등록한다.

아울러 원불교는 여성 교역자의 상징으로 여겨진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정복에 변화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활동성이 떨어지고 관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