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남자, 한병도가 익산에 돌아왔다.

3년여 전, 그는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그는 정치인에게 목숨과도 같은 지역구를 바꿨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큰 용기라 생각했지만,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경제와 국정이 시대에 역행하고 퇴행이 거듭되는 현실,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찬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고 익산의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더 큰 용기이며 시대적 소명이라고 판단했다."

"목숨과 같은 존재인 지역구를 떠나 '당과 익산을 위해 헌신하라'는 중앙당의 절박함을 잘 알기에, 제가 마셔야 할 독배라면 기꺼이 마시겠다."

그렇게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힘줘 호소했지만, 결국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

이후 그의 이름 앞에는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정무수석, 이라크 특임 외교특별보좌관 등의 수식어가 놓였다.

그리고 이제는 더불어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장이 됐다. 그렇게 지역과 다시 마주 선 한병도를 만났다.

◇ 총선 때가 다가오면 항상 시민들에 입에 오르내린다. 다만 이번에는 지역 내 활동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지난 1월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사임 이후 이라크를 오가며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과거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터라 이라크 현지 사정에 밝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곧바로 이라크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라크를 수차례 방문하면서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이라크 총리 등 지도부와 쌓은 인맥이 나름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기업 임원들과 함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윤활유 역할을 했고, 현대건설이 이라크에서 약 3조원의 초대형 공사 수주를 따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고향 익산에 내려와 지역 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개월 보름 정도 전이다. 더불어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장을 신청했고 지난 6월 임명을 받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매일 눈코 뜰 새 없었던 청와대 생활을 뒤로 하고 지역에 내려왔는데, 많은 분들이 그간 연락이 잘 되지 않은 점을 무척이나 서운해 하셨다. 일일이 찾아뵈면서 근황을 알리고 상황을 설명 드리고 있고, 지역 곳곳의 현안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위원장으로서 그간 지역위 강화에 초점을 맞춰 정비를 해왔다. 소속 시도의원 뿐만 아니라 각 직능위원회와 고문단 등 기간 조직들을 새롭게 정비했고 현재 마무리단계에 있다.

또 지역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익산시와의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익산을 지역위원회와의 당정협의회를 요청해 자리를 가졌다. 지속적으로 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

◇ 지역 내 총선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총선 준비 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다만 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회를 맡았기 때문에 지역위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그간 청와대 등 중앙무대에서의 모습, 정무수석으로서의 활동 등이 평가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위원장으로서 지역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이고 무슨 일을 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제 지역위 정비가 마무리단계다.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읍면동 작은 일에서부터 익산이 마주하고 있는 각종 현안에 얼마나 효과적인 대안을 가지고 대응하는지, 침체된 지역에 어떻게 활기를 불어넣는지 등이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걸 하지 못하면 능력이 없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익산을 지역위가 효과적인 대응과 활성화 효과를 이끌어 낸다면 지역과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시민들로부터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이른바 로컬시대다. 정치도 행정도 자치분권이 화두다. 청와대 등 중앙무대에서의 활약 말고 지역에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지역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역시 지역민들의 평가와 연결된 문제다.

분명한 것은 로컬시대라 해도 지역과 중앙이 끊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간의 노력과 경험이 분명 지역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발전이나 현안해결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무엇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국가예산 등 중앙정부와의 연계가 필요한 현안에 대해 나름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다.

◇ 익산은 갑을 지역 구분 없이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익산을 지역은 낭산 폐석산을 비롯해 왕궁 축산단지와 영등·부송·동산동 일대 악취가 고질병이다. 두 가지 현안 해결을 위한 해법이 있다면.

우선 낭산 폐석산 문제는 익산시에서 나름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환경부와의 소통은 원활치 않다고 판단된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름 장마 대책만 해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문제인데, 환경부와 소통체계를 보다 확실히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판단과 그들의 관점이 다르면 문제해결이 수월치 않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더 발로 뛰어야 한다.

왕궁 축산단지도 마찬가지다. 결국 돼지를 키우고 있는 축사를 적정가격에 매입해야 하는데 예산이 문제다. 국비 확보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질적인 악취나 전국 최고 수준의 미세먼지는 저감시책 등 문제해결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눈높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관심사가 변하고 있는데, 행정이 예전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 강력하게 추진하고 적잖은 관련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변화와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익산을 지역위원회 안에 별도의 환경특별위원회를 만들 생각이다.

현재 익산에는 환경현안과 관련해 별도의 소통창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직도 상에 특위 하나 만드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특위가 조직과 체계를 갖추고 환경문제에 상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익산시의회 관련 상임위 시의원 등을 주축으로 조직을 꾸리고 위원장으로서 직접 관리할 생각이다.

◇ 익산지역 인구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익산 갑을 선거구가 1개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떻게 예상하는지. 선거구 획정에 따라 출마에 변수가 있는지.

익산지역 선거구도가 어떻게 될지는 지금 시점에서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도 그렇고, 정개특위도 그렇고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셈법이 굉장히 복잡하다.

정개특위는 물론이고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의 물밑 협상, 여야를 막론하고 개정안 투표에서의 이탈, 바른미래당 분당 여부, 이에 따른 교섭단체 구성 구도 등 변수가 상당하다.

다만 익산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2개의 의석이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인간 한병도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쑥스럽다.

굳이 얘기하자면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 사안을 접하는 시야다.

30대에 정치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다. 결단코 정치적 소신과 노선을 바꿔본 적이 없다.

반칙과 특권이 없이 누구나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되는 사회,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정당하게 결실을 가져오는 사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정치는 올곧게 이런 가치들을 지향해야 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존과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금껏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에 대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하지만 시야는 분명히 넓어졌다.

이전까지는 각종 현안 관련 시민들의 요구에 당차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막연했던 것이 사실이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있다. 읍면동인지 시청 무슨 부서인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효과적인지,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지 완곡하게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지가 보인다는 얘기다.

과거와는 조금은 다른 한병도가 됐다고 생각한다.

◇ 시민들에게 전하는 말씀.

익산을 지역위원장으로서 지역발전과 현안 해결을 위해 많은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합쳐 두 배 이상 열심히 뛸 각오가 돼 있다. 지역위도 새롭게 정비되면서 의기투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라는 길을 걸으면서 가슴 언저리에 항상 새기고 있는 말이 있다. 스웨덴의 정치인 ‘구닐라 칼슨’의 ‘정치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통 시민이 참여하는 보통의 일’이라는 말이다.

지역을 위해 지역민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지역 곳곳을 촘촘히 살피며,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와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이 현실화·구체화돼 지역과 시민이 실제 효과를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런 익산을 지역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말 발에 땀이 나도록 뛰겠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