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 책임마저 유기.. 익산시와 ‘커넥션’ 의혹

시민혈세로 만들어지는 ‘시정’ 소식지가 ‘시장’ 홍보지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발해 바로잡아야 할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직무유기로 커넥션 의혹을 자초하고 있어 사법당국의 수사가 요구된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사전에 주의를 요구한 소식지가 여전히 문제점을 그대로 안은 채 발행됐음에도, 취재 전까지 무사안일한 태도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익산시 봐주기 의혹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제86조 제5항의 입법목적이 현역 단체장의 재직기간 중 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기회균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는 점을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어, 선관위가 법의 취지를 형해화하고 오히려 위법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익산시는 ‘꿈과 희망의 익산이야기(내고장소식지)’라는 제목의 시정소식지를 매달 발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일반판을 펴내고 분기별 1회 기획특집판을 펴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난 3월 28일자로 발행한 4월호 기획특집판이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 검수한 익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발행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선관위는 발행 이후 문제제기가 있었고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호에 대한 위법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채, 향후 발행과 관련해 공명선거 협조요청만 하는 등 방관 행태를 보였다. 이는 직무유기 지적과 유착 의혹을 낳고 있다.

4월호 20면짜리 기획특집판을 보면, 익산시의회 소식을 전하는 2면, 생활정보 알림 3면, 행사광고 2면을 제외한 13면 중 정헌율 시장의 사진이 11면에 걸쳐 실려 있다.

1면에는 사진과 함께 성명과 직함이 들어가 있고, 2면에는 내용과 관련 없는 시장의 사진이 크게 배치돼 있다. 또 4면 신청사 건립 내용에서는 시민설명회 현장 사진을 시장 사진으로 사용했고, 6면과 8면에서는 시장의 사진과 함께 코멘트를 인용해 실었다. 7면 현안사업 추진상황을 알리는 내용에도 불필요한 시장 사진이 들어갔고, 9면과 10면에서는 국책사업 유치에 주도적 역할을 한 국회의원 대신 시장이 자리를 차지했다.

시민혈세로 시정 추진상황을 알리기 위해 발행하는 소식지가 시장 사전선거운동 홍보지로 전락했고, 이를 선관위가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는 익산시선관위의 직무유기가 있다. 위법 소지를 인지한 경우 정확한 조사를 통해 위법 여부 판단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을 두고, 고무줄 잣대만을 들이밀면서 사안을 어떻게든 수습해 모면하는데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발행 전 이를 메일로 받아 검수한 익산시선관위는 부실 검수를 인정하면서도 “위법 소지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통보를 구두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발행 후 내용을 확인하고서도 문제제기 전까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취재가 진행되자 익산시 담당부서에 공문으로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한 것이 전부다. 이는 향후 발행에 대한 주의 조치에 불과하다.

선관위는 4월호의 법 위반 여부 판단을 위해서 필요한 편집경위, 시장의 사진과 성명, 코멘트가 들어간 이유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위반의 경우에 수반되는 고발조치 등 형사제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했으니 다음에 또 문제가 발생되면 그때 조사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참여연대 관계자는 “우선 4월 기획특집판의 경우 지면 구성이나 내용을 볼 때 선거 홍보물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고, 세금으로 만들었지만 사유화 수준이 됐다”면서 “현역 단체장의 재직기간 중 선거운동을 제한하려는 공직선거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문제 없다고 하거나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선거관리 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여러 차례 소식지 관련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법률 검토나 지도방침을 세우지 않고 용인하고 방관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추진실적 그밖에 활동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홍보지, 소식지 등) 발행·배부를 분기별로 1종 1회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현직 단체장이 홍보물을 자신의 업적과 활동상황을 알리는 개인홍보물로 이용함으로써 임기 중 사실상 선거준비작업이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선거에서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2006노1007, 2480 판결을 통해 공직선거법 제86조 제5항의 입법취지를 밝히며 지자체의 홍보활동이 지자체장의 선거운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할 수 없고, 허용되는 한계를 넘었는지 여부는 홍보물의 내용, 외관, 발행횟수, 배부대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