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확립과 독립성·자율성 강화라는 현안에 직면해 있는 (재)익산문화관광재단의 첫 대표이사로 익산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문외한이 임명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적잖은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과 문화자원을 활용해 관광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문성과 창의성이 요구되고, 이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제조건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재단 이사장인 정헌율 시장은 지난 4월 1일 장성국 초대 대표이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중앙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장 대표이사는 롯데월드에서 32년간 근무하며 경영기획부문장과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장 대표이사는 익산과 지역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특별한 연고가 없고 관련 경력도 없다.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쌓고 문화예술과 문화자원을 융합해 상품을 만들어 고유한 방식으로 포장해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문화관광재단을 진두진휘해야 하지만, 그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출범 10년을 맞이했음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재단의 정체성 확립과 익산시 하부조직이라는 지적에서 탈피,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구성원 이탈 등 현재 재단이 안고 있는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연극분야 A씨는 “문화관광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1~2차 산업 기반 없이 3~4차 산업으로 갈 수는 없다”면서 “아직 익산은 1~2차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인데, 관광 활성화를 한답시고 섣불리 눈요기 유혹을 하는 것은 익산을 찾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줘 다시 찾지 않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왕 선출된 분을 두고 자꾸 흔들면 정말 최악이 된다”면서 “새 체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 이사 B씨는 “사실 문화예술이나 역사 관련 전문가도 아니고 전공도 거리가 있는데 공모과정에서 어떤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는지 의아하긴 하다”면서 “올해 재단 예산은 이미 세워졌고 임기가 2년뿐인데 자신의 구상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재단 이사 C씨는 “새 대표이사의 이력을 보면 지역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문화예술적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술분야 D씨는 “지역의 순수 문화예술계에서 뽑을 것으로 기대가 많았는데,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외지인이 갑자기 지역 문화예술계 전반을 아우르는 자리를 맡게 됐다”면서 “개인의 역량 여부를 떠나 지역 문화예술계의 시선 자체가 곱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화기획분야 E씨는 “우리 익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해도 모자를 판에 외부인사를 뽑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신임 장성국 대표이사는 “많은 분들이 염려하고 계시듯이 익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초보자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체험하면서 빨리 체득하고 생활화하겠다”면서 “지역문화예술을 사랑하고 활동해 오고 계시는 분들의 큰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그동안 익산의 자랑거리인 미륵사지, 웅포관광단지, 보석박물관, 서동공원, 문화예술의거리 등을 계속 돌아보고, 문화예술계 어르신들도 뵙고 귀중한 말씀과 지나온 발자취를 듣고 있다”면서 “익산이 가지고 있는 충분한 역사문화를 근간으로 관광스토리를 만들면 앞으로 문화관광도시로 이미지가 변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문화관광재단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문화관광재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높여서 문화관광 역할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면서 “처음 출발하는 대표이사 체제에 대해서 끊임없는 조언과 따뜻한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