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시정운영 홍보를 위해 내건 대형 걸개그림이, 과도한 크기로 인해 필요 이상의 시민혈세가 들어간 것도 모자라 오히려 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익산시청 본청 건물에는 ‘익산시 포브스 CEO 대상 수상’,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실천계획 평가 최우수(SA등급) 선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실시’ 등의 시정을 홍보하는 대형 걸개그림이 4층에서부터 2층에 걸쳐 내걸려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본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무더위로 인한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시기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 선풍기와 자연바람에 의존해 더위를 이겨나가고 있는데, 창문을 온통 막아버린 걸개그림 탓에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위로 인한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볼멘 목소리다.

아울러 필요 이상의 예산을 들여 무리하게 대형 걸개그림을 내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현재 내걸린 걸개그림은 하나에 120만원씩의 예산이 투입됐다. 일반 현수막의 경우 10~20만원 선에서 충분히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예산이다.

더욱이 시 재정상황을 이유로 각종 예산을 삭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나당 120만원씩 하는 대형 걸개그림을 굳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시정운영 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좋지만, 시청을 방문하거나 시청 앞을 지나는 일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대로변에 간소화된 일반 현수막으로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청 공무원 A씨는 “재정상황을 이유로 각종 예산은 다 삭감하면서, 치적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니냐”면서 “창문을 다 막아버려 찜통에서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의회 박철원 의원도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노인들 독감예방접종을 위한 예산 120만원까지도 삭감한 시가, 하나에 120만원씩이나 하는 대형 걸개그림을 두세 개나 내걸 수 있는 예산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의문”이라면서 “시정운영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무더운 날씨 속에 선풍기 하나 창문 하나에 기대 더위와 싸워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정을 홍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게시한 것”이라며 “직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