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필요한 논의로 행정력 소모, 일방통행에 오히려 일조 자신의 가치 세우려면.. 의회 스스로 틈 보이지 않아야
이미 부결된 바 있는 사안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재상정되는 집행부의 막무가내식 행정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정운영을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로 여기는 풍토에 흔들리지 않는 익산시의회의 보다 강력한 모습이 요구된다. 개원 이래 처음으로 본회의장에서 네 건의 예산안에 대한 두 건의 수정안이 제출되면서 열띤 논박을 펼쳤던 익산시의회가 일방통행식 예산안 편성이나 적당주의를 척결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임위 간 사전 소통의 미흡함과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조율의 부족, 논란의 여지없이 부결돼야 할 사안들을 타협의 대상으로 삼아 재차 논의하는 행태 등은 개선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지난 6월 15일부터 29일까지 15일간 진행된 제185회 익산시의회 임시회에서는 2015년 제1회 추경예산안 심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광역상수도 전환과 함열출장소 노후청사 보수, 교향악단 운영, 시청사 보수보강 등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특히 본회의장에서 두 건의 수정안이 제출되면서 논박이 벌어졌고, 시민공감대 형성과 사업추진의 실효성 검증 등 예산편성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원칙을 결국 지켜냈다. 하지만 일방통행으로 다시 올라온 예산안과 더불어, 불필요한 재논의까지 펼친 의회의 모습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당 사안들은 이미 이전 회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부결된 바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 없이 다시 올라온 것들이기에, 논란의 여지없이 부결돼야 할 사안이다. 의회를 경시하는 집행부의 행태라는 지적이 잇따랐음에도 재차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의회 스스로 자신들의 심의과정과 결정사항을 부정한 셈이다. 이러한 의회의 모습이, 결국 아무 거리낌 없는 예산안 재편성이나 조례안 재상정이라는 집행부의 일방통행식 행태를 낳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번 회기에서 집행부는 수차례 의회를 경시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25명의 의원들 중 과반을 포섭해 이른바 ‘쪽수로 이기면 된다’라는 막가파식 행정 행태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의회는 논박 이후 이어진 표결 끝에 해당 예산을 전부 삭감했지만, 이러한 의회의 건강한 비판과 견제를 두고 집행부는 발목잡기로 치부했다. 의회를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 같은 태도가, 이미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부결된 사안을 아무런 변화나 조치 없이 아무 거리낌 없이 재상정하는 행태나 감정적인 대응으로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이 같은 시민을 위한 사업 추진은 정치적으로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가늠해 결정하는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집행부 공무원들은 정치인이 아니기에, 예산편성이나 사업추진이 정당하다면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 타당성과 실효성을 가지고 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시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가, 집행부에게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반면 이번 추경안 심의를 통해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회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또한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면서 스스로 편 가르기에 스스럼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의회 내부 차원의 존중과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일보했다는 평가나 정당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조차 평가절하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쟁, 의회 내 진영논리 등 갈등 최소화를 위한 노력, 집행부의 사업추진에 있어 시민공감대 형성 및 실효성 검토를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의원 개개인이 기관이고 정책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반대토론이나 수정동의는 항상 있을 수 있고 획일적인 의사결정보다 다양한 논쟁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이 같은 모습이 시민들에게 갈등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에, 예결위나 상임위가 독자적인 권한 주장에 앞서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타당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의원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나 시민들의 정서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회 내부 또는 의회와 집행부 간에 시각차가 커 입장이 상이한 사안이 있으면 의장단 회의나 전체의원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이 된다면 갈등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부결된 사안의 재상정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재상정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의사를 결정한 의회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사전에 충분한 교감이나 논의 없이 재상정을 하게 되면 기관 간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미 부결된 안이 재상정되기 위해서는 변화된 조건의 충족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행부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단체장의 공약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해 지역사회 의견수렴이나 논의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사업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성숙한 의회의 모습과 관련해서는 “의원들의 결정은 주민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학습과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소통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의원들이 각자의 이해에 의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익산시를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성숙된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는 “최근 집행부가 의회의 주장에 대해서 매우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의원들의 주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면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반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