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지방선거에 익산시장 후보로 나선 새정연 예비후보와 무소속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와 흑색비방을 선거전략으로 삼은 듯 했다. 고무줄 부채논란은 그 일환이다. 최근 행자부의 재정 분석·진단 결과는 당시의 주장들이 허위라는 점을 밝혀준다. 그러나 위기도시로 낙인찍힌 익산시의 이미지는 복원되기 어렵고, 그 후유증은 크다. 지금이라도 부채논란을 바로잡고 책임규명을 하지 않으면 익산시에는 더이상 비전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 독(毒) 퍼트린 지방재정전문가

지난 선거 이후, 익산시 발전의 독이 되고 있는 부채논란.

6.4지방선거를 거쳐 민선6기가 출범한 이후 대부분의 시민들은 익산시의 부채가 심각하다고 인식한다.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민선4·5기 당시 익산시는 부채가 생산적인 투자로 시 재정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민선6기에 들어서면서 부채규모가 심각한 위기수준이라고 기존 입장을 뒤집으며 시민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그 근간은 6.4지방선거 과정에서부터 제기된 고무줄 부채논란이다.

당시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 J씨는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재정정책관과 지방재정세제국장을 역임하는 등 지방재정전문가였다. 그래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높았고 그만큼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익산시의 부채규모가 우려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밝혀진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시민들의 익산시 재정에 대한 불안감이 불식되지 않는 이유다.

우선 '지자체 파산'이라는 말의 파급력은 막대하다. '파산'은 인구가 유출될 뿐 유입되지 않으며 희망이 사라진 지자체를 뜻한다. 일찍이 파산한 바 있는 일본 유바리시가 명증한다.

유바리시는 2006년 6월 파산신청을 한 이후, 공공시설이 모두 폐쇄되고 복지서비스도 급감한 상황에서 세금은 몇 배 이상으로 올라 대규모 인구유출을 불렀다. 12만 인구는 1만2천여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유바리시는 9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전문가라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

그러나 J씨는 신중은 고사하고 막가파식 공세에 나섰다. 이른바 익산시 재정파산방지대책본부를 발족하고 여전히 익산시가 공식 발표한 부채액 3,379억원에 BTL·BTO 운영비 2,973억원과 기타항목 240억원을 포함, 익산시 부채를 6,593억원(2013년 말 기준)이라고 부풀렸다.

이에 익산시는 즉각 반박에 나서,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회계처리 지침을 제시하며 운영비와 이자는 부채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지방재정전문가는 “회계처리지침을 따르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 운영비가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익산시는 그렇지 못하다”며 “그렇기에 20년 운영비를 약정한 익산시의 민투사업은 빚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재반박에 나섰다.

결국 어떻게 갚아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 부풀린 액수를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으로 도시 이미지는 급적직하 했다. 이는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경색시키는 요인으로 굳어졌다.

◇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무너져 버릴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도시

수도권 규제완화나 경기침체, 기타 다양한 기업 차원의 요인이 있겠지만, 부채도시로 낙인찍힌 익산시의 도시이미지가 기업들의 투자 여부에 미친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심각한 부채로 인해 파산 위기에 놓인 지자체가 타 지자체 보다 좋은 여건을 제공하거나 보조금 지원 등을 해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기·낭산면에 조성된 산업단지 분양현황은 민선6기 출범 이후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MOU 4건을 제외하면 실제 투자가 이뤄진 것이 없다. 시는 올해 상반기 수차례에 걸친 협상과 집요한 설득으로 6건의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한류패션 명품도시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얼리 유턴기업의 경우에는 민선6기 들어 15개 업체가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전부 투자의사를 철회하면서 기 지급된 보조금을 반환했다.

◇ 산단분양에 진력하는 것만이 시민 위한 진정성 보이는 길

재정전문가의 부채 부풀리기에 편승한 박경철 시장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박 시장은 선거 이후 취임하자마자 재정비상체제를 선언하고 몇몇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익산시의 부채가 3,338억원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부채 부풀리기로 인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자, 민선6기 익산시는 다시 부채 규모를 운영비와 이자가 포함된 7,824억원이라고 발표하며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실제 선거 전인 2013년 7월에는 당시 이종석 부시장이 전직원 교육을 하면서 시 부채총액이 3,609억원이라고 밝혔고, 2014년 4월 전직원 교육자료에는 3,379억원으로 나와 있다. 또 2014년 4월 30일 이상춘 기획예산과장은 브리핑 자리에서 부채가 3,379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경철 시장 취임 이후 2014년 7월 8일 당시 김용범 안전행정국장은 브리핑에서 시 부채총액이 3,338억원이고 재정부담이 7,824억원이라고 밝혔으며, 이어 8월 25일 한웅재 부시장도 브리핑에서 시 부채 3,338억원, 운영비 4,111억원, 이자 375억원을 합해서 시 재정부담이 7,824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선거 과정의 부채 부풀리기에 편승해 선거에서 득을 본 데 대한 책임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경철 시장은 결국 자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재차 재정위기를 조장해 시민을 혼란에 빠뜨렸고, 전국에서 재정이 파탄난 도시라는 불명예를 자초해 도시 브랜드를 땅에 떨어뜨린 꼴이다.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기치가 진정성의 발로라면 내부적으로는 불안감을 조장하고 외부적으로는 도시 가치를 떨어뜨려 시민들에게 치유하기 어렵게 상처를 입힌 점을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 정 모 씨(송학동, 38)는 “아직까지도 실체가 불분명한 재정비상체제가 시민을 위한 선언이었다면, 박 시장은 구체적인 부채해결 방안 제시와 함께 반드시 그간의 부채논란에 대한 대시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혹여 전임시장의 업적에 날개를 달아주지 않겠다는 옹졸한 생각이 산단 미분양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잘못”이라며 “산단분양은 결코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이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