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辯 제시한 문서.. 평가위원들 영향 받지 않아 항소심 와서야 제시.. 발언 당시에는 ‘빈손’ 확신 없이 의혹제기하려는 의지만 있었을 뿐 박경철 시장의 항소심에서 변호인 측이 방송토론회 당시 소각장 사업자 교체 발언의 근거라며 설계검토요약서 형식의 문서를 제시했다. 그동안 검찰조사 및 1심 재판과정에서 언론보도 외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피고인 측이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문서를, 재판부가 발언 당시의 근거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여론이다.<관련기사 2면> 지난 14일 오후 3시 30분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노정희) 심리로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방송토론회에서 피고인이 제기했던 의혹의 근거들이 차고 넘친다”면서 재판부에 문서를 제시했다. 이날 변호인은 초안과 가필본, 가필 후 타이핑본, 최종본 등으로 구성된 문서를 제시하고, “대우건설이 유리하도록 수정된 곳이 113군데, 동부건설이 유리하게 수정된 곳이 81군데, 코오롱 측이 불리하게 수정된 곳이 20여 군데”라며 “피고인의 무죄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최초 1차 기술위원회가 2006년 9월 21일 열린 이후, 9월 28일 예정됐던 2차 회의가 하루 전에 10월 26일로 연기됐고, 한 달 여 사이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정이 이뤄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채 전 시장이 ‘정한’ 것 자체가 없어 하지만 이 같은 변호인의 주장은 큰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소제기의 주된 쟁점은 피고인이 ‘코오롱으로 사업자가 정해졌고 이한수 시장이 이를 대우로 바꿨다’는 발언을 할 당시, 이에 대한 믿을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최초 기술위원회가 열린 시점이, 이한수 시장 취임 이후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는 ‘채규정 전 시장이 재임 당시에 소각장 사업자를 코오롱으로 정한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깨뜨리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채규정 전 시장이 ‘정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취임 이후 ‘바꿨다’는 피고인의 발언은, 애당초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바꿨다고 한 셈이 된다. 이 부분은 1심 당시 이미 검찰 측이 증인신문을 통해 밝혀낸 대목이다. 채규정 시장 재임 당시에는 입찰공고가 나갔을 뿐이며 참여업체들이 기본계획서 등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여타의 행정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당시 담당 공무원의 설명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 수정 작업은 당연한 절차 문제는 또 있다. 이날 변호인이 제시한 문서는 익산시가 소각장 사업자 선정 평가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한 사전검토서인데, 이는 업자선정 과정에서 거치는 일반적인 절차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청소과는 익산시에 산재한 여러 전문직 공무원들에게 기술검토를 요청하고, 전문직 공무원들이 수정·가필한 것을 성안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서의 증거능력은 탄핵될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의 소각장 발언의 근거로 인정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변호인 측이 해당 문서를 제시하자, 검찰 측 또한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공무원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입수 경로도 확인되지 않은 문서”라며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이에 재판부도 출처를 밝힐 것을 요구했고, 변호인 측은 “익산시 창고를 뒤져 찾아내 입수한 것”이라며 “실제 존재하는 문서인지와 작성자, 작성 시기, 작성 경위, 가필자 등은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익산시 측에 사실조회신청을 할 경우 회신의 최종 결재권자가 피고인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변호인 측은 “시장은 결재를 할 뿐, 실무자가 하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문제가 된다면 부시장 위임전결의 형식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처음에는 관련 공무원을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했다가, 이후에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문서송부촉탁신청을 지시했다. # 그마저도 평가위원들에게 제출되지 않아 또한 이날 변호인은 당시 기술위원이었던 백 모 씨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익산시의 설계도서 사전검토보고서가 비전문적이고 특정업체에 대한 편파적 판단기준이 있어 기술위원 전원 의견으로 평가자에게 제출하지 않도록 본인이 의견을 제시해 결의함’이라고 게시한 글을 제시하며 “당시 소각장 선정과정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호인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수정이 이뤄진 사전검토보고서는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피고인의 발언대로 이한수 시장이 취임 이후 소각장 사업자를 코오롱에서 대우로 바꾸려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정된 문서가 평가위원들이 업체를 선정하는데 있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 된다. 이에 대해 당시 실무자였던 L씨는 “평가위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직렬별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사실을 기초로 공정별 요약본을 만들었는데, 아마도 그 문서인 것 같다”면서 “당시 업무분장이 바뀌어 다른 업무를 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정이 이뤄졌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무자였던 S씨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를 비교 검토하는 문서를 환경·토목·건축·전기직 등 직렬별 공무원들이 작성했던 것 같다”면서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몇 차례 수정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해당 문서가 특정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보다는, 당시 관련 공무원들이 3개 업체 비교를 위해 요약본 형식의 검토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수정이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해당 문서의 입수가 익산시청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만약 편파적으로 수정이 이뤄진 문서라면, 익산시 측에서 이 문서를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을 리도 만무하고 공개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문서가 과연 이한수 시장이 코오롱으로 정한 것을 대우로 바꿨다는 의혹제기의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발생한다. # 발언 당시에는 여전히 언론보도 뿐 아울러 변호인 측의 주장대로 이날 제시된 문서를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한다 해도, 이는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확보된 것일 뿐 발언 당시에 피고인은 이러한 근거가 없었다는 점 또한 문제시된다. 대법원 판례는 일관된 법리로 의혹제기에 있어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3.02.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은 일관되게 “후보자의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비록 그것이 공직적격 여부의 검증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고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하고, 이때 의혹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달리 그 의혹사실의 존재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한 허위사실의 공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피고인의 경우 의혹제기에 있어 대법원이 요구하는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에 대해 그간의 검찰조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언론보도 외에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 진실 접근 노력 없어 또한 소각장 사업자 선정 이후 선거 방송토론회까지 8년여의 긴 기간 동안 의혹을 확인하거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시민 이 모 씨(모현동, 37)는 “비리의혹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표하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근거를 통한 확신이 필요했을 터인데 그런 것이 없고, 방송토론회 당시 의혹을 제기하겠다는 의지만 있었을 뿐 혹여나 진실이 아닐 경우 상대 후보자의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되고 이는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