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데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 보존·활용해야
세계유산등재 이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익산, 백제고도로서 부흥의 희망을 안고 있었다고 회자되는 도시, 그 중심에 서 있는 백제 무왕, 그리고 그 무왕의 꿈이 서려있는 곳이자 어린 서동이 나고 자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서동생가터. 아직까지 명확하게 판명된 바는 없다. 하지만 백제문화권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 또 서동이라는 가치 있는 문화콘텐츠를 익산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당위는 충분하다. 특히나 매년 서동연꽃축제를 열고 있는 부여군은 궁남지를 두고 ‘무왕(서동)의 출생 설화가 있는 곳’이라며 공공연히 서동의 출생지를 부여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활용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게 대두된다. 실제 부여 궁남지는 그들의 주장에 걸맞은 위상과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반면 익산에서는 서동의 출생지를 마룡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마룡지가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찾아보려 해도 쉽게 찾을 수 없게 숨어있는 서동생가터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거진 풀숲에 그 위치조차 찾기 어려운 모습에 관심부족과 관리부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백제고도 익산, 무왕의 위상에 걸맞은 생가터 모습의 보존·관리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 아무도 몰래 숨어있는 터 시속 70~80km를 쌩쌩 내달리는 도로 위, 우거진 나무 사이로 겨우 서동생가터를 알리는 표지판 하나가 덩그러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갓길조차 제대로 없는 도로에 겨우 정차를 하고 숨은 서동생가터 찾기에 나서려니, 귀를 찌르는 듯한 경적 소리가 발길을 주춤하게 한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야속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현실은 냉랭하기만 하다. 무왕의 처음인 서동을 찾는 첫 발걸음부터,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우거진 풀숲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 표지판이 아니라면, 이곳이 과연 서동이 태어났다는 생가터인지 조차도 알 수 없다. 관심부족과 관리부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겨우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 보려 해도, 쉽게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기는 매한가지. 허리춤까지 솟은 무성한 잡초들과 수풀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면, 비로소 연꽃이 한창인 방죽이 나온다.
연방죽과 논밭으로 개간된 땅 사이로 나 있는 수풀 우거진 방죽길을 따라 30m 쯤,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이곳이 서동생가터를 알리는 안내표지판 하나가 나무들과 하나가 돼 함께 서있다. 무성한 잡풀과 주위를 둘러싼 대나무 숲, 그마저도 하나 둘씩 쓰러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백제부흥의 원대한 꿈을 꾸며 뛰놀았던 서동의 보금자리였다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서동생가터라고 뭐 대단한 게 있어야지. 평생을 이 동네에서 살아서 여기 대나무 숲 뒤쪽이 백제 무왕의 어린 시절 서동이 나고 자란 곳이란 걸 알지. 외지 사람들은 전혀 몰라.” “말로만 생가터지. 누가 와서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저기 대나무 숲 뒤 땅주인이 땅을 안 팔아서 그렇다는데, 결국 돈이 문제지 서동이든 뭐든 다른 건 다 뒷전이여.” 낚시를 하고 있는 주민 두 명의 한탄이다. 방죽과 인접해 있는 용정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그 주민은, 이제껏 서동생가터가 제대로 관리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제 세계유산등재도 되고 해서 뭐라도 시에서 하는가보다 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목소리다. ◇ 전해지는 이야기.. 우리만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산 백제 무왕의 흔적을 따라가 보는 길, 익산 쌍릉에서 미륵사지를 거쳐 서동공원까지 이어지는 익산의 둘레길 제3코스인 무왕길은 마한에서부터 백제까지를 한 눈에 관통하는 길이자 고도 익산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역사의 길이다. 서동생가터는 바로 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오금산 자락을 바라보고 뛰어 놀며 원대한 꿈을 키웠을 서동, 서동 무왕이 꿈꿨던 무대였던 백제고도 익산. 기록에 보이는 서동은 재기와 토량이 큰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백제 무왕의 탄생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부가 돼 서울 남쪽의 연못가에 살던 무왕의 어머니가 어느 날 연못 속의 용과 관계해 낳았다’는 것. 이에 따르면 무왕은 인간의 아들이 아니라 용의 아들인 셈이다. 무왕의 신비한 탄생은 천도를 단행한 그의 웅지와 자질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조선시대의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오금산 남쪽 백여 보 되는 자리에 연못지가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서동대왕의 어머니가 축실했던 곳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어 그 신빙성을 더해준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용의 아들로 태어난 서동은 어린 시절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한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성껏 마를 캐며 노래를 불렀다. 오랜 뒤 신라 진평왕의 귀까지 흘러 들어간 노랫말은 결국 그의 목적을 달성하게 했고, 그는 신라의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했다. 적으로 맞서 치열하게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백제판 업그레이드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창건 내력이 적힌 금판의 발굴로 백제 무왕의 아내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라는 점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전해 오는 이 낭만적인 이야기는 익산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문화콘텐츠임에는 틀림없다. ◇ 서동의 보금자리.. 관광명소로 거듭나기 기대 지정문화재도 아닌데다 사유지라는 게 관리부실 지적에 대한 익산시의 해명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잇따르는 지적, 효과적인 관리 및 개발을 요구하는 여론에 일단 시는 지난해부터 기본적인 풀베기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생가터 외에 익산쌍릉에서부터 익산토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범위를 돌아가며 풀베기를 하다 보니, 금세 자란 풀들이 보다 많은 관심과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동생가터 보존·활용을 위해 익산시는 우선 전북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722번 지방도 확장공사와 연계해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갓길조차 제대로 없는 도로를 정비해 서동생가터를 찾는 이들의 진출입로를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토지매입비 명목 예산 4억원 가량을 추경에 확보해 제방 밑 사유지를 매입해 일단 임시주차장을 만드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이후 2016년 6월까지 국토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고도지구확장 용역에 서동생가터와 마룡지 용샘 등 일대를 수변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을 적극 반영시켜, 시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세계문화유산등재와 맞물려 그동안 손 놓고 방치되다시피 했던 서동생가터가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쌍릉과 토성 등 인접한 문화유산들과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날 모습에 기대가 모아진다. 비록 지금은 대나무 숲 사이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트러져 있는 상태이지만, 백제 무왕의 발자취가 익산 곳곳에서 그 가치를 여전히 발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생가터가 서동의 숨결을 가지고 오래도록 그 모습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그 특유의 청초한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온 연꽃처럼, 서동의 보금자리가 시민들 앞에 가까이 다가오길 바라본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