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력있는 장치와 시민공론화는 필수
올해 제1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익산시의회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본회의장에서 네 건의 예산안에 대한 두 건의 수정안이 제출돼 열띤 논박을 펼치며, 집행부의 일방통행식 예산안 편성이나 적당주의를 척결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상임위 삭감 이후 예결위 부활 등으로 논란이 됐던 광역상수도 전환과 함열출장소 노후청사 보수, 교향악단 운영, 시청사 보수보강 등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시민공감대 형성과 사업추진의 실효성 검증 등 예산편성에 있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집행부는 의회의 발목잡기로 치부했고, 의회는 의회 본연의 역할인 감시와 견제라고 맞서는 등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시민을 위한 사업추진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여겨지는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본지는 예산이 전액 삭감된 네 건의 사업 중 상대적으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광역상수도 전환’과 ‘교향악단 운영’ 등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사업추진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재검토해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책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Ⅰ 광역상수도 전환 Ⅱ 시립 교향악단 운영 Ⅰ 광역상수도 전환 광역상수도 전환은 민선6기 박경철 호 출범 이후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이다. 예산안 편성 때마다 집행부는 전환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수립용역비를 편성했고, 의회는 매번 열띤 토론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이 예산을 삭감했다. 상수도는 시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급체계 전환과 관련된 정책적 결정은, 사업추진의 면밀한 타당성 검토와 시민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의회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광역상수도 전환을 위해서는, 전환의 필요성과 타당성과 전환할 경우의 손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적 판단에 시민들의 여론이 반영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익산시의 명분 익산시가 내세우고 있는 광역상수도 전면 전환의 이유는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이다. 고산 어우보에서 익산시 신흥정수장까지 약 28km에 달하는 대간선수로가 개방형으로 노출돼 있어 중간에 오염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수도 전환 논의가 한창일 때 한 환경단체는 대간수로 몇 곳에 떠 있는 스티로폼이나 프라스틱 조각 등을 찍은 사진으로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 광역상수도 전환,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 하지만 익산시가 농어촌공사에서 공급받아 자체생산하는 수돗물은 깨끗하다. 원수 자체도 환경정책기본법의 하천생활환경기준 상 ‘매우 좋음’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깨끗한 물을 원하는 전국적인 추세에 따라 전환을 고려한다면, 그 다음 문제는 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과 익산시의 손익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건설위원회 황호열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수자원공사 측과의 협의를 통해 약속받은 부분은 향후 30년간 공급단가 톤당 299.80원과 송수관 연결비용 134억원, 하림 공장증설로 인해 시가 부담해야 할 기반시설 중 송수관 연결비용 약 40억원, 국가식품클러스터 송수관 연결비용 약 10억원, 전문기술을 통한 익산시 전역 노후관 진단 약 90억원 지원 등이다. 현재 61%(동 지역)의 자체 공급단가가 톤당 220원, 39%(읍면 및 일부 동 지역)의 광역상수도 공급단가는 톤당 413원임을 감안하면, 전면 299.80원의 광역상수도로 전환될 경우 산술적으로만 계산했을 때 61% 지역은 80원 가량 증가, 39% 지역은 113원 가량 감소되는 결과가 된다. 연간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전환 전 익산시가 부담해야 할 전체 비용은 139억5,228만원이며, 전면 전환 후에는 139억7,426만원으로 약 2,000만원 가량이 증가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39% 달하는 광역상수도 급수지역은 산업단지와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들어서 있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환 이후 오히려 113원 감소된 비용으로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산시 재정확보 측면에서도 39%에 해당하는 지역의 수요증가를 전제한다면, 기존에 톤당 413원에 사서 500원의 요금을 받아 톤당 87원이었던 수입이 공급단가 감소분인 톤당 113원 만큼 증가하게 돼 보다 많은 수익이 예상된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61%의 자체 공급지역은 기존 물이용부담금이 52.16원에서 160원으로 톤당 107.84원 증가한다는 점이 문제다. 가정용의 경우 월 평균 사용량 15톤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 8,780원에서 1만400원으로 약 1,62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30억9,700만원에 이른다. 이는 보다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데 따른 시민부담 몫이라 할 수 있다. 익산시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공론화를 요구받고 있다. ◇ 수자원공사 약속, 법적 구속력 확보해야 황호열 위원장에 따르면, 수자원공사 측은 30년간 299.80원의 공급단가를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의 수돗물 공급규정은 계약의 종류를 단기계약 1년 이내와 장기계약 2~5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최장 5년마다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약속한 대로 30년간 공급단가 동결이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갱신 때마다 타 지자체와 비교해볼 때 현격하게 저렴한 공급단가 때문에 외부의 압박을 받게 될 수자원공사 측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수자원공사 측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13조원 가량의 빚을 갚기 위해 요금인상의 필요성을 매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임형택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틈나는 대로 요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구두약속이나 구속력이 없는 협약이 아니라, 약속한 사항들을 문서화해 공증을 받는 등 명확하게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호열 위원장은 “광역상수도 전환을 위한 용역비를 세워 용역을 진행하되, 1~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용역기간 동안 협상을 통해 수자원공사 측으로부터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부분들을 얻어내고, 최종 계약서 작성시 앞서 약속한 30년간 299.80원의 공급단가 유지와 각종 지원 사항들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맺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포기할 수 없는 물 주권 이러한 수자원공사 측의 약속 미이행 우려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신흥정수장 폐쇄 문제로 이어진다. 민선6기 익산시는 광역상수도 전환 이후 금강정수장 생활용수 공급시설을 공업용수 공급시설로 변경하고, 신흥정수장을 폐쇄해 호수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참여연대는 “공기업 민영화의 정부정책으로 수자원공사의 민영화도 언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익산시가 자체정수장을 포기하는 것은 상수도공급 결정권을 잃는 것으로, 앞으로의 수자원공사의 민영화와 요금인상 등의 요인이 발생했을 때 전혀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은 갑의 위치인 익산시가 공급체계 전환 후 자체정수장을 폐쇄하면 자연스럽게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되고, 이를 절대로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 황호열 위원장은 “신흥정수장 폐쇄 문제는 일단 수자원공사 측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고, 협상 과정에서도 이점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면서 “다만 모든 조건이 갖춰져 생각한 대로 광역상수도 전환이 이뤄질 경우, 시민들에게 신흥정수장을 호수공원으로 돌려준다는 공약사업 추진은 시민공감대 형성을 전제하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형택 의원은 “그간 익산시가 농어촌공사에 원수관리 대책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은 해보지도 않고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광역상수도 전환과 신흥정수장 호수공원화만을 밀어붙이는 것은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며,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갈아타면서 지금까지의 상수도 행정은 모두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차례에 걸쳐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전문가 초청 토론회 또는 대시민 공청회 등을 마련해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할 문제”이며 “수질이 확보되고 있어 여전히 충분히 깨끗한 자체공급 수돗물을 두고 전환을 추진하는 것을 납득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공공재라는 측면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시민공감대가 형성되고 여론이 조성된다면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