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시장의 항소심에서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가 2차 공판에서 사실 확인 없이 특정인의 비리혐의 의혹을 언급하면서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증인 김 씨에 대한 신문에 나선 김칠준 변호사는 당시 선거캠프에 김 씨를 소개했다는 A씨에 대해 “A씨가 군산시 비서실장 재직시절 비리혐의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돼 박경철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간사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은 변호인이 선거당시 김 씨를 선거캠프에 소개한 A씨의 도덕성을 문제 삼음으로써, 증인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A씨가 증인 김 씨를 소개했다고 해서 A씨와 김 씨가 같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거나, 혹여 A씨의 도덕성이 문제된다고 해서 증인 김 씨 진술의 신빙성이 탄핵될지는 의문이다.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해 전혀 별개의 사안을 연관 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공식적인 재판과정에서 비리혐의 의혹이 언급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이 같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A씨는 “이러한 변호인의 의혹제기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면서 “박경철 시장과 김칠준 변호사의 공식사과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A씨는 “1996년 4월 1일 군산시장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2001년 3월 12일까지 비서실장을 역임한 사실은 있으나, 당시 사직한 이유는 개인적인 비리문제 때문이 아니라 모시고 있던 분이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비서실장으로서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껴 사직을 하게 됐던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박경철 시장이 잘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변호사가 항소심 법정에서 비리혐의 의혹을 언급하며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수위에는 권유에 의해 참여하게 됐으나, 활동초기에 인식의 차를 넘어 상식을 벗어난 진행의 징후를 느끼고 바로 스스로 그만뒀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변호사가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비리혐의 의혹으로 사퇴하지 않았냐는 식의 증인신문을 함으로써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으며, 지역사회에서도 비리혐의 의혹이 있는 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피고인과 변호인 입장에서 어떻게든 승소하려는 생각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제3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고, “박경철 시장은 거짓이 아닌 사실로써 재판에 임하는 것이 지역과 시민들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칠준 변호사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김 변호사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