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비대위 대표성 확보돼야, 특위도 실효 거둘 수 있어”
전·현직 시장 및 관계공무원, 우남건설 대표 등 출석 요청

지난 11일 열린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 관련 청원특위에서 임현택 비상대책위원장이 청원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의 절차상 문제점 여부 등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익산시의회 청원심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오, 이하 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가운데, 청원의 취지를 살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청원을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명확하게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9월 말 입주민 51명의 동의를 얻어 구성된 비대위는 지난해 12월 익산시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구성된 청원심사 특위는 지난 11일 제3차 위원회를 열고 청원을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임현택 위원장을 출석시켜 청원취지 청취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긴급대피명령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전에 입주민들에게 전혀 설명이나 통보 없이 갑작스레 발동된 점과 10년 이상 이상 없이 살아 온 아파트가 진정 붕괴위험이 있어 긴급대피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 의문스럽다”면서 “긴급대피명령 철회 및 그 요건과 절차상의 문제점 여부를 밝혀 주고, 안전정밀진단을 실시해 입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원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D급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10년 넘게 이상 없이 살아오고 있었는데, TF팀을 구성했다면서 주민들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무것도 없이 한 순간에 주민들을 길바닥으로 내몰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들은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그간의 진행상황에 비춰 현재 구성된 비대위가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원활한 해결방안 모색이 어렵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우남아파트에 거주 중인 입주민은 47세대다. 이들 중 대다수인 36세대 정도가 비대위의 주장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103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비대위 구성 자체가 절반을 넘는 세대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표성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특위 박철원 의원은 “긴급대피명령의 절차상 하자 여부나 행정 측면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과는 별도로, 보수·보강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결정은 입주민들이 해야 하고 그 대상은 103세대 전체가 돼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그동안 주민들 간 갈등이나 불신으로 소모됐던 부분이 해소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택 부위원장도 “이사를 가는 세대가 그간의 연체 관리비를 현 비대위가 아닌 이전 대표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위 위원들도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을 만나며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주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비대위가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차후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우선돼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태열 의원은 “관리 주체가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을 통한 정밀안전진단 의뢰 등을 할 수 있다”면서 사유재산인 만큼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당부했다.

윤영숙 의원은 “일부 소수의 주민들 의견만을 듣고 내려진 긴급대피명령이 많은 입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입주민 전체가 자신의 소중한 재산권임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비대위 측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며, 행정의 도움을 요청했다. 임 위원장은 “현재 주민등록은 그대로 둔 채 이사를 한 세대가 많은데, 일일이 연락할 방법이 없어 거주하고 있는 세대들이 아파트 관리비를 전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현동 주민센터를 수차례 찾아가 이사 간 세대가 실거주지로 주민등록을 이전하는 방법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민들의 무관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겠지만, 그간 대표성을 띠고 활동을 해왔던 분들이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나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은 비대위 입장에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익산시가 아파트와 입주민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후 일정은

이날 임현택 비대위원장을 출석시켜 청원취지 청취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특위는 오늘(16일) 긴급대피명령 발동권자인 박경철 시장을 비롯해 부시장, 안전행정국장, 건설교통국장, 안전총괄과장, 주택과장, 감사당담관 등 관계부서 공무원들과 긴급대피명령 당시 감사실 감사를 받은 전 주택과장과 전 주택관리계장을 출석시켜 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다.
이어 24일에는 이한수 전 시장과 우남건설 대표, 그동안 주민대표로 활동했던 김 모 씨와 강 모 씨, TF팀에 참가했던 안전진단 전문가 4명 등 이해관계인을 출석시켜 질의 응답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27일에는 특위 위원을 포함한 익산시의회 의원 20여명이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진 광주광역시 북구 평화맨션의 현장 견학이 예정돼 있으며, 3월에는 관계 전문가와 입주민대표, 시의회, 익산시 관계자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의 요구에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최종오 위원장은 “입주민 및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적절한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