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사기 저하.. 市 무대응 일관에 의혹 증폭
뒤늦은 해명 “조작이 불가능한 전산처리 시스템”

최근 익산시 상반기 정기인사를 두고 승진 서열부 조작 의혹이 일면서 공직사회 안팎이 뒤숭숭하다. 경찰이 이미 내사에 나섰고 수사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익산시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시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의 주요 골자는 이번 상반기 인사에서 근평위원회가 끝난 뒤 승진 서열부가 다시 작성됐다는 것이다.

승진 서열부 작성은 일차적으로 각 과에서 과장이 근무성적을 평가해 직렬별로 서열을 작성하고 서명날인한 후, 부서별 서열명부를 통합해 평정단위별 국·소·단장이 해당 소속 직원의 직렬별 서열을 작성하고 다시 서명날인을 한다.

이후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본청 국장들을 위원으로 하는 근무성적평정위원회가 열리는데, 여기에서 전체 직렬별 서열을 결정하고 순위에 따라 당해 근무성적평정점을 부여하게 된다. 또한 직급별로 승진후보자 서열명부 반영기간에 따라 근무성적평정점(70%)을 산출하고 경력평정점(30%)을 합산해 최종 승진후보자 서열명부가 작성된다.

이 근평위원회가 끝나면 전체 공무원의 승진 서열이 정해지고 승진 서열에 따라 인사권자인 시장이 승진임용 범위에 포함된 대상자 중에서 승진자를 최종 결정한다. 인사권자가 승진을 시켜주고 싶어도 승진임용 수에 따른 범위(2~4배수)에 들지 못하면 승진할 수 없는 구조다.

이처럼 부시장과 국장들이 모여 근평위원회에서 승진 서열부를 작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장들의 평가결과가 번복됐다는 것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이번 승진자 중 일부는 해당 과에서부터 후순위였기 때문에 전체 순위에서 승진임용 범위 안에 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 같은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또한 승진자 중 일부의 가족이 이번 지방선거 이전에 박경철 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이 같은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승진 서열 중 자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본인 외에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해당 과에서 평가되는 일차적인 순위는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를 토대로 서로 간 승진 서열을 가늠하는 것은, 인사 시즌이면 공무원들 사이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진임용 범위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적은 공무원이 승진이 될 경우, 많은 의혹을 낳게 된다. 이번 승진 인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A씨는 “이번에 승진한 공무원 중 한 명은 과에서부터 순위가 2~3위권이었기 때문에 국을 거쳐 전체 최종 순위는 20위권 밖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면서 “배수 안에 들었다면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이른바 발탁인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근무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전체 최종 순위가 2~3위권이었던 공무원을 비롯해 누구나 이번에 승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직원들이 탈락돼 공직사회 전체 분위기가 술렁이고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간부 B씨 또한 “떠돌고 있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보통 중차대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우려하며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인사가 모든 직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인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 공무원 C씨는 “근평위원회 이전에 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끝난 후에 다시 작성하는 것은, 커다란 범죄 행위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문들이 나돌면서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을 볼 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중요시되는 공직사회에서 이 같은 사기저하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익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익산시는 지난해 11월 ‘허위·왜곡·편파·과장보도 예방을 위한 언론보도 대응 및 조치계획’을 내놓으면서 언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시는 언론대응 전담반을 편성해 상시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시간대별로 보도내용 분석 및 법률적 검토·대응계획 제출·해명자료 작성 등을 거쳐 시장에게 보고하는 체계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경미한 사안은 보도 당일 안에 해명자료를 배부하고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하게 되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보도 후 3일 이내에 법률적인 요건을 검토해 사법당국에 고소·고발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승진 인사와 관련된 흉흉한 소문이 떠돌며 주요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음에도 익산시는 2~3일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이번 인사와 관련된 소문들이 점점 무성해지고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익산시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러한 지적이 일자 익산시는 부랴부랴 지난 26일 해명자료를 배부하며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시는 “최종 승진 서열명부는 인사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전산 처리되고 로그인시마다 기록이 남게 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며 “업무능력과 추진력, 성과를 고려해 성실하게 열심히 근무한 직원들이 인사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제시되고 있는 승진자인 A씨의 경우, 해당 직급 승진 대상자는 7명으로 승진 임용범위는 서열 26번까지였고 A씨의 서열은 승진 임용범위인 20번대 초반이었다”고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