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약 밀어붙이기 이전에.. 기존 운영의 평가가 우선 40년 이상 역량 축적 마백연구소 활용방안 검토해야
박경철 시장의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현재의 익산문화재단을 익산‘역사’문화재단으로 바꾸기 위한 조례안이 부결된 이후 별다른 내용 수정이나 공감대 형성 없이 재차 상정되면서, 의회를 경시하는 전형적인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지난달 20일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현재의 익산문화재단이 역사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보존·관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상정된 ‘익산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보류시켰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등재로 인해 방대한 양의 역사 관련 기능을 관장해야 함에도, 자체 인원으로 그 기능을 감당하겠다고 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사전 준비와 계획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지난해 12월 같은 내용의 일부개정조례안이 상정됐을 당시 의회의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쳐 ▲당초 문화재단 출범 당시 충분한 논의 끝에 역사 기능을 제외하기로 한 과정을 무시한 점 ▲업무의 영역이 크게 달라지는 것임에도 사전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점 ▲재단 창립 이후 운영에 있어 정확한 평가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 ▲단순히 기능과 인력, 예산만 추가하겠다는 발상은 우려의 소지가 크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미 부결된 바 있는 조례안이 별달리 달라진 점 없이 또다시 상정된 데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개정조례안은 문화재단의 업무에 ▲문화유산의 보호·보존 관리, 연구·지원 ▲역사문화의 조사·연구·지원 ▲문화유산 관련 전시시설의 관리·활용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 및 상품화 사업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시행하는 사업 중 시장이 위탁하는 사업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문화재단은 1국 3팀 체계에 정원이 25명이지만 현재 가용인원은 12명으로, 평일 야근은 물론 수시로 주말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일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의 정책개발 등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주된 업무인 이들이 인력부족으로 인해 각종 행사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위 박종대 의원은 “이미 문화재단 창립 당시 수차례 토론을 거쳐 역사를 포함한 방대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역사를 제외시켰지만, 익산시는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 없이 역사를 담겠다는 시장의 의지만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특히 현재의 문화재단을 운영하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역사관련 전문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은 문화재단 운영에 소홀하면서 역사를 넣는 데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형택 의원도 “문화재단을 역사문화재단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지는 강력하지만 그에 따른 준비나 계획은 주먹구구식”이라며 “충분한 계획과 준비가 선결된 뒤에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부결이 아닌 보류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4개 고도 중 역사연구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곳은 익산시 뿐”이라며 “당초 현재 문화재단 인원을 활용하는 방안에서 전문인력 3명을 보강하려 했으나, 의회의 지적에 따라 현재는 6명의 인력보강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42년 역사 자랑하는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축적된 힘 활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시의 인력보강 계획도 역부족일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 역사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보존·관리와 관련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경우를 보면, 현재 소장 1명을 비롯해 운영위원 6명, 편집위원 9명, 책임연구원 2명, 연구원 8명, 행정지원 1명 등 총 27명의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화재단에 역사 기능을 추가하는 것 대신, 차라리 1973년에 설립돼 40년 넘게 지역의 마한백제 역사문화를 조사·연구해오며 세계유산등재라는 쾌거에 큰 기여를 할 만큼의 축적된 역량을 가지고 있는 마한백제문화연구소를 활용해 업무협약을 맺고 위탁사업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이유다. 4대 고도 중 하나인 경주의 경우, 고도보존이나 문화유산 관련 사업은 문화재단에서 관여하지 않고 별도의 기관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문화유산 보호·보존 및 조사·연구, 문화유산의 보존·처리 및 수장·전시, 문화유산의 활용 및 보급, 시·발굴조사 시행으로 민원 해소, 기타 학술조사 등 문화재 전승방안 강구 등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여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문화재단과는 성격 자체가 다른 백제고도문화재단을 설립해 매장문화재 조사·연구, 학술연구사업, 고도보존사업, 백제문화상품화사업, 문화산업기반구축사업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익산시가 문화재단에 추가하려는 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경주와 부여의 경우에는 문화재단이 아닌 별도의 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익산시의 경우도 문화재단이 아니라 다른 대안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현재 익산시의 업무분장상 역사문화재과의 담당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업무분장상의 내용이 유사해 보이는 것은 맞지만, 역사문화재과의 업무는 문화재 관리 측면에 집중돼 있고 마백연구소의 경우는 시굴이나 발굴 쪽에 집중돼 있는데 반해 문화재단에 추가되는 기능은 데이터베이스 구축 측면”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가 계획한 것처럼 기존 문화재단 인력이나 3명 정도의 보강인력으로 담당할 수 있을 만한 업무라면, 굳이 문화재단이 아니라 역사문화재과에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에 오히려 힘이 실린다. 이미 유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인력과 함께 추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