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익산시의회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본회의장에서 네 건의 예산안에 대한 두 건의 수정안이 제출돼 열띤 논박을 펼치며, 집행부의 일방통행식 예산안 편성이나 적당주의를 척결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상임위 삭감 이후 예결위 부활 등으로 논란이 됐던 광역상수도 전환과 함열출장소 노후청사 보수, 교향악단 운영, 시청사 보수보강 등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시민공감대 형성과 사업추진의 실효성 검증 등 예산편성에 있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집행부는 의회의 발목잡기로 치부했고, 의회는 본연의 역할인 감시와 견제라고 맞서는 등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시민을 위한 사업추진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여겨지는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본지는 예산이 전액 삭감된 네 건의 사업 중 상대적으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광역상수도 전환’과 ‘교향악단 운영’ 등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사업추진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재검토해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책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Ⅰ 광역상수도 전환

Ⅱ 시립교향악단 운영

Ⅱ 시립교향악단 운영

시립교향악단의 창단 및 운영 또한 광역상수도 전환과 마찬가지로 민선6기 박경철 호 출범 이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익산예술의전당이 개관하면서 이에 걸맞은 시립교향악단 운영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소요되는 수십억원의 예산 문제와 시민 문화적 수요 파악 및 공감대 형성, 전문가 의견 수렴, 기존 예술단 운영에 대한 정확한 평가, 예술단 운영위원회 심의·조정 등 행정적 절차 미비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다.

결국 올해 본예산 편성 때 시립교향악단 운영 명목 9억4,727만원과 창단 준비물품 명목 1,490만원의 예산은 상임위 전액 삭감 이후 예결위 일부 부활, 본회의 반대토론 후 표결을 거치는 등 한바탕 진통을 겪은 후 전액 삭감됐다.

이후 시는 당초 단원을 상임으로 하는 계획에서 비상임으로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 1차 추경예산안에 시립교향악단 운영 명목으로 3억7,738만원과 시립교향악단 창단 준비물품 명목으로 1,450만원의 예산을 재차 편성했지만, 이 또한 ‘일단 있으면 좋지’라는 식의 단순한 접근으로 추진할 사업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으며 결국 전액 삭감됐다.

이러한 예산 삭감 과정에서 의회는 “무조건 삭감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치고 철저한 준비가 이뤄진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의회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시립교향악단을 창단·운영하기 위해서는 예산 삭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과제들을 시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

지난 몇 년간 익산시립교향악단 창단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사)익산시교향악단의 이경호 지휘자는 “비록 교향악단만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나 기대에 부응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 예술적 환경 속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음악예술일 것”이라며 “음악예술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오케스트라이고 여기로부터 현악·관악·챔버·앙상블·퓨전앙상블 등 모든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분화돼 나간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오페라나 뮤지컬, 음악극이나 합창, 발레 등은 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예술성을 제대로 살린 공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교향악단을 민간이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는 이 부분에서 시립교향악단 창단의 필요성을 찾고 있다. 모든 장르의 소화가 가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시민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자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립교향악단의 책무이자 존재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한 도시 문화예술 수준의 척도가 되고 문화도시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시립교향악단이 전북을 대표하는 전주·익산·군산 중 익산에만 없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시립교향악단 운영이 문화적으로 매력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연의 입장료가 비싸거나 수준이 낮거나 일 년에 한두 번 열리는 공연은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시립교향악단 창단 및 운영을 통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저렴한 관람료로 자주 선보인다면 도시의 정서적 건전성 회복은 물론 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행복감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유럽에서는 주민 수가 8만 명에서 15만 명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공립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영국 버밍햄시립심포니오케스트라나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시립교향악단이 좋은 예다.

국내에서는 원주·진주·목포·강릉·창원·구리·포항·춘천·청주·제주시 등이 비교적 시립교향악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도시로 꼽았다.

◇ 눈에 보이지 않는 부수적 효과

원광대 음악과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 온 이경호 지휘자에 따르면, 익산은 오래 전부터 초·중·고와 원광대학교 음악과를 통해 많은 음악인들을 배출해 왔다. 한때는 한강 이남의 대학 중 조선대나 목원대 이외에 음악과가 개설돼 있는 대학이 없어 원광대 음악과를 비롯해 익산으로 많은 이들이 음악유학을 오기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마땅히 몸담을 곳이 없어 음악을 그만두거나 익산을 떠나 타지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익산시립교향악단이 생긴다면 이들이 희망을 갖고 연주할 수 있는 터전이 있기에 특별한 다른 계획이 없는 한 고향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타지에서 활동 중인 음악인들 역시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활동하게 될 것”이라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익산 인구감소 문제해결에 일조할 수 있고, 젊은 음악인들의 일자리창출이나 어린 음악도들의 질 좋은 교육환경 조성에도 한 몫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혼의 단원은 결혼해서 익산에 정착하고 기혼의 단원은 전 가족이 익산으로 이주하는 등 60명 규모의 교향악단을 운영한다면 4인 가족 기준 240명의 인구가 익산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게 되고, 이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면밀한 사전준비 없이는 불가능

“이번 부결이 오히려 제대로 된 시립교향악단을 만드는 길이 될 것”

본예산 편성 때 임형택 의원이 삭감을 주장하며 한 말이다.

시립교향악단 창단 및 운영을 위해서는 여전히 선행돼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선결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낸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하며 탄탄한 준비과정을 거쳐 순리대로 창단을 준비해야 보다 양질의 시립교향악단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의회의 입장이다.

인근 전주나 군산의 경우를 보면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1976년에 창단해 현재 58명 규모의 시립교향악단을 운영하고 있는 전주시는 매년 26억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집행하고 있으며, 1990년에 창단해 65명 규모의 시립교향악단을 운영하고 있는 군산시의 경우 약 22억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집행하고 있다.

창단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매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재정비상체제 상태의 익산시의 경우 커다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액수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를 위한 시민공론화 과정은 고사하고 가장 기초적인 행정절차마저 간과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임형택 의원은 “익산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에 따르면 예술단의 기본운영계획 및 연간공연계획은 운영위원회의 심의·조정을 거치게 돼 있지만 최소한의 회의조차 거치지 않았고, 현재 시립예술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이나 검토 또한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올해 1차 추경예산안 편성 때 “본예산 편성시 상임 형태로 운영하려던 시립교향악단을 비상임으로 운영하려 한다”면서 4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재차 편성했다.

만약 시립교향악단이 없을 경우 기획공연을 할 때마다 2,000~3,000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예술의전당에서 최소 20~30회 이상의 기획공연을 하면 연간 3~4억원의 예산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하지만 비상임에 대한 문제점은 그간 예술단 운영과정 곳곳에서 드러난 바 있다. 현재 운영 중인 3개의 예술단도 처음에는 비상임으로 운영하다가 예술단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져 1년 만에 상임으로 전환된 경우다.

현재 3개 예술단의 정원이 104명인데 현원이 66명뿐인 점과 올해부터 예술단 근무평가를 1회에서 2회로 늘리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센 것도 문제점을 지목된다. 현재 운영 중인 예술단의 정상적인 운영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는 “우선 비상임으로 운영해 보고, 여의치 않은 경우 해당 예산을 삭감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사전준비와 검토 없이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말고’ 식의 행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립교향악단에 대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전문가 검토를 토대로 해 타당성이 있는지, 현재 상황에서 매년 소요되는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사전 면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