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히려 전국적인 모범사례 될 수 있는 기회 市, 현실적으로 아직 많은 준비 필요한 상황
지난 17일 익산시 농업회의소 추진위원회 소속 윤양진 씨(왼쪽 첫번 째)가 농업회의소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날 이강주 위원장(왼쪽에서 다섯번 째) 등 추진위원회 회원들이 농업회의소 설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익산시 농업행정을 규탄하고 있다.
지역 농민들의 권익보호, 정책개발 참여, 위탁사업 시행 등을 위한 농정기구의 설립을 농민들이 주축이 돼 준비해 왔지만, 이를 지원해야 할 익산시가 사업신청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다. 전국적으로 농정 거버넌스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익산시가 스스로 내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지난 19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익산농업회의소 추진위원회(위원장 이강주, 이하 추진위)는 “지난 10일 익산시 농업정책과에 농업회의소 시범사업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사업신청 주체인 익산시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전북도에 서류접수조차 하지 않아 결국 좌절됐다”면서 지역 농민들을 위한 사업추진에 뒷짐을 지고 있는 익산시를 강력 규탄했다. 이 자리에서 추진위는 “농업회의소 시범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농업회의소 정관 및 지원조례(안) 작성, 특화사업 발굴, 운영 매뉴얼 개발, 사업계획(안) 수립 지원, 기타 제반사항 지원 등 농업회의소 설립을 지원하고 교육 및 홍보를 하는 사업”이라며 “농업회의소를 설립하기까지 내실 있는 준비로 내용을 채워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준비 부족을 이유로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새로운 사업을 부담스러워하는 익산시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 농업회의소는 201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간 농정기구로, 기존의 임의적인 농민단체들과는 달리 민·관이 함께 농업정책을 기획하고 실천하며 평가하는 합법적인 거버넌스 조직이다. 이는 농어업인 단체 등을 통합해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농촌을 진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7곳의 지자체에서 설립돼 운영되고 있으며, 전북지역에서는 진안군과 고창군이 참여하고 있다. 추진위는 진안군과 고창군의 농정 협치의 사례를 보면서 도농복합도시인 익산시에도 농업회의소 설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지난해 11월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자발적 학습모임이나 토론회, 간담회, 농업포럼 참석, 설명회 등을 진행해 왔다. 이날 추진위는 “그간 농업회의소 설립을 위해 지역 농민단체 간담회와 설명회 등을 통해 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으며,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와 회원이 늘어나고 있어 추진위를 확대·강화해 농정 거버넌스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면서 “익산시는 준비부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기 때문에 시가 의지만 있다면 추진위, 농민단체들과 함께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 7개의 농업회의소는 관(官) 주도로 이뤄졌지만, 익산시는 민간(추진위)이 직접 34쪽의 시업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민간 주도로 진행돼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신청을 포기함으로써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고, 이는 민간의 자발적인 요구를 무시한 것이며 의지를 짓밟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FTA시대에 세계화의 높은 파고를 넘어 농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지역농업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농민들은 농업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나설 것”이라며 “시범사업 신청조차 하지 않은 익산시는 농민들과 논의의 틀을 만들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현실적으로 농업회의소 설립을 위한 여건 마련이나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의 농민단체를 아직 전부 포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원마련이나 인력지원 계획도 마련돼 있지 않고 조례도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또 관련 법률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고, 타 지자체의 경우 표본이 될 만한 사례가 없어 운영이 미숙하고 성과도 미비해 자립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내 진안군과 고창군의 경우도 겨우 현상유지를 하거나 존폐위기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해관계가 제각각 다른 수많은 단체들을 하나로 모아 행정과의 관계에 있어 공식적인 채널을 만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