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년 역사고도 녹색도시 조성’을 새로운 시정목표로 삼고 출범한 민선6기 박경철 호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정책기조 아래 가장 먼저 재정건전성회복을 위한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시정을 운영해 오고 있지만, 박 시장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시정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향후 익산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그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익산시가 내놓은 2015년도 시정운영방향을 꼼꼼히 분석하며 향후 박경철 호의 남은 임기 동안의 과제를 조명해 본다.

◇ 시민중심의 안전·녹색도시

시는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CCTV를 확대 설치하고 쾌적한 삶을 위협하는 독성 화학물질 및 각종 위험요인을 일소해 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는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하는 국제 안전도시 인증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CCTV 확대 설치의 경우, 인권보호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시민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또한 독성 화학물질 등 위험요소 제거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 형성에 보이지 않는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 지역을 대표하는 공단의 중견기업 중 일부에서는 이러한 시의 방침에 반발해 투자 철회를 고려하거나 이전을 검토하는 등의 소문이 흘러나온 바 있다.
화학물질 운반차량의 이동경로를 도심 밀집지역을 우회해 주민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시 방침 또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가 기업 측에 요청한 우회도로는 시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상수원이 지나는 하천 주변인데다 인도도 없어 대부분 고령인 시골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안전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추진한 화학물질 운반차량이 오히려 우회도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위험과 불안으로 다가온 셈이다.

◇ 이천년 역사와 신한류가 공존하는 품격 높은 도시

시는 고도보존육성,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 문화·관광인프라를 구축해 역사문화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KTX 익산역 서부역사진입로 확장공사와 KTX 익산역을 연계한 역세권 종합개발기본계획수립으로 새만금 배후 교통·물류도시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해 문화·관광·교통이 어우러진 품격 높은 도시로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역사문화정체성 확립의 최대 당면과제는 국립익산박물관 추진이다. 올해 국가예산 심의에서 이춘석 의원의 활약에 힘입어 25억원의 실시설계용역 예산이 확보된 상황이지만, 규모나 인력 배정 등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시의 관심과 역량 집중이 촉구되고 있다.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정부예산이 많이 배정되며 박물관의 위상도 높아지기 때문에, 익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유산에 걸맞은 박물관 건립이 이뤄질 때까지 시가 관심을 가지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KTX 익산역의 경우에는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숙제로 남아있다. 익산의 최대숙원 사업 중 하나인 KTX 서부역사 진입로 확장공사는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으며 선상역사도 공사를 마치고 첫차를 개시했지만, 복합환승센터는 여전히 사업을 시행할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에 익산시가 새만금 배후 교통·물류도시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더 많은 일자리창출로 서민경제 살리기

2만2,000개의 일자리, 4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없도록 국내·외 기업 및 연구소 유치에 총력을 다 하고, 기업유치전담 T/F팀을 운영해 현재 접촉하고 있는 친환경 우량기업들의 투자협약 체결을 독려하고 더 많은 업체들이 익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유치에 힘쓸 예정이다.

농식품부·전북도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과제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산업단지 분양, 그중에서도 관건은 MOU 업체들의 실제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산단 분양, 즉 기업유치가 익산시 재정건전성 확보의 유일한 길인 셈이기 때문에 여기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MOU 실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계약을 이끌어냄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채를 청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시는 또한 영세상공인 대출지원을 확대하고 전통시장 노후시설 개선과 단독주택 도시가스 시설지원 등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정비상을 이유로 각종 예산을 삭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맨 시가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따뜻한 복지, 건강한 도시 조성

시는 겨울철 독거노인들이 외롭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동생활경로당을 확대하고,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신빈곤층 지원 복지서비스 확대 등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배려한 복지정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정책 추진에는 현재 포화상태에 있는 경로당 해결과 기존 빈곤층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공동으로 숙식을 해결한다는 공동생활경로당의 경우 면밀한 검토와 사전준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허한 예산낭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며,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한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 보다는 현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악취중점관리 사업장 등 지도점검 강화로 악취 배출요인을 사전 차단해 악취 없는 쾌적한 환경조성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도 결국 그간 해왔던 모양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익산시의 실효성 없는 악취대책은 끊임없는 민원을 야기해 왔으며, 악취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새 익산의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악취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악취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신과 피로상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 고부가가치 농업 활성화로 농업경쟁력 강화

내년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쌀 생산량 전국 5위를 차지하는 익산지역 농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농업 인력의 고령화, 농가인구의 감소, 시장개방화에 따른 해외농산물 수입 증가 등의 요인으로 농업이 위축 기세에 있는 상황이다.
시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 중심의 1차 산업에서 벗어나 가공·체험·관광형 6차 산업을 육성하고, ‘탑마루’ 명품화를 위한 완벽한 품질관리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농촌 경쟁력을 강화해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이 같은 계획을 뒷받침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익산시 올해 농업예산은 당초 전년도에 비해 30억 이상 삭감 편성됐고, 삭감된 예산 중에는 대다수 농민들에게 직접 지원해주는 예산이 많이 포함돼 있어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익산시농민연대가 시청을 항의 방문해 부랴부랴 일부예산을 지난해 수준으로 확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 아니라,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 실제 농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