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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행정,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

▲ 전시행정 아닌,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지원대책 마련해야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 이후 70여일이 지난 가운데, 담당 공무원의 거듭된 신중한 검토 요구는 물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감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밀어붙인 결정이 주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기고 결국 정치적인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지난 13일 제181회 익산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에 나선 임형택 의원은 긴급대피명령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 거주희망 주민에 대한 지원대책을 시에 촉구했다. 임 의원은 “주민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내려진 긴급대피명령은 성급한 졸속행정”이라고 지적하며 “추후 진정성 있게 주민들과 소통하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재개발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 시장은, 앞서 실시된 감사담당관실 내부 감사 결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검토의견을 받고도 담당 공무원 징계까지 단행하며 강력하게 밀어붙여 지난 9월 11일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했다.

당시 감사담당관은 긴급대피명령을 요청한 일부 세대는 주민대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주비 120만원과 대출 3,000만원 한도 알선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대피명령 이후 이주하지 않는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낼 수도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날 임 의원은 “지금도 총 103가구 중 63가구 정도가 계속 거주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 10월 23일 긴급대피명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입장의 의견서를 익산시에 제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빠져나간 가구의 부담분까지 관리비를 2배 이상 납부하더라도 앞으로 아파를 제대로 관리·운영해가면서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면서 “무슨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피해는 온전히 주민들이 모두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방방재청의 2014년 특정관리대상시설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공동주택과 다중이용 건축물 등 관리대상시설 총 11만1,626곳 가운데 D·E등급은 총 1,562곳으로 10%를 훨씬 상회하고 있고, 이는 곧 10곳 가운데 1곳 이상이 재난위험시설인 D·E등급에 해당하는 셈”이라며 “실제 익산시청 건물 또한 재난위험시설에 해당하는 D등급이지만, 그간 보수·보강을 거쳐 C등급으로 상향됐고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진행하며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2년 동안 긴급한 징후가 없었던 아파트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긴급대피명령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현재 아파트의 이미지 손상과 사유재산의 가격하락만 초래하는 등 혼란만 자초했다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익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 의원은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24일에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광주광역시와 광주 북구청의 사례를 들며 조목조목 익산시의 긴급대피명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 의원은 “광주 북구 중흥동 평화맨션은 1981년 지어진 건물로, 지하 기둥 2곳에 파열이 일어나 1시 30분부터 아파트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35분과 40분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고 한다”면서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는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광주 북구 중흥동 평화맨션에 현장지휘소를 설치해 3개월가량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원대책을 안내하고 상담했다. 또한 윤장현 시장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애로사항과 어려움 등을 수렴하고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월 3차례 안전점검을 실시하면서 거주대책과 보수·보강 대책을 만들어가는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주민들은 마치 익산시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하는데 있어 특별한 지원을 할 것처럼 알고 있지만, 실제로 아파트 자체 재건축은 불가하고 주변 주택 지구까지 포함하는 재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주민들이 같은 평수의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1가구당 1억5,0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렇게 되면 대부분 주민들은 포기하고 나갈 것이고, 특정 세력들이 재개발조합을 맡아 전권을 행사하면서 이익을 챙기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하며 “강압적인 행정해위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소통과 주민 의견수렴을 통해 시민들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특정세력과 건설사의 배만 불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민 김 모 씨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을 이미 담당 공무원도 알고 있고 감사실도 알고 있었는데, 박 시장만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알고도 성급하게 강행한 것이라면, 정치적 목적이 있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