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식 일방통행 불만 고조되자 부랴부랴 내년으로 연기

익산시가 무리하게 시청 전 직원 체육대회를 강행하려다 하루 만에 연기하는 등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AI 비상근무나 재정비상체제, 대대적인 김장철 등의 상황은 물론 공무원 개개인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통행으로 체육대회를 추진하려 한 것에 대한 불평·불만들이 시청 내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시는 지난 20일 각 부서에 공문을 하달해 오는 29일 익산시청 가족 한마음 체육대회 개최를 알렸다. 사전에 공무원 복지 측면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조 측과의 소통이나 협의과정 없이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에 익산시공무원노조 측은 “사전에 미리 협의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이미 결정된 안을 가지고 와서 통보하는 셈이었다”면서 “군대도 아니고,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렇게 재정비상을 부르짖으며 각종 예산은 다 삭감하면서, 체육대회에 소요되는 예산은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시청 공무원 A씨는 “때로는 밤을 새야하는 AI 비상근무만으로 벅찬 상황일 뿐만 아니라, 체육대회 날짜에 김장시기를 맞춰놓은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뜬금없이 갑작스레 체육대회 개최를 통보해 놓고 불참시 경위서를 작성해 제출하라니, 직원들의 가정이나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는 안중에도 없는 행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청 내부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고조되자, 익산시는 부랴부랴 다음 날인 21일 체육대회를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불과 하루 사이에 연기할 사안을 공문을 통해 발표하며, 직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익산시공무원노조 김상수 위원장은 “노조 측에서 먼저 하자고 해도 예산이나 AI 상황 등을 고려해 만류해야 할 시장이, 오히려 먼저 나서서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체육대회를 밀어붙이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면서 “시민의 힘으로 선출돼 수장이 된 시장이라 할지라도, 법과 제도권 안에서 시민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함부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나마도 22일에 하려던 것을 시간이 너무 촉박해 29일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같이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시정을 운영해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