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위 전액 삭감 후 예결위서 40% 부활.. 의견 분분
본회의 수정동의안 상정.. 무기명 투표 결과 전액 삭감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송호진)의 전액 삭감 의견을 무시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균)에서 부활한 시립교향악단 운영비가 결국 본회의에서 표결로 다시 전액 삭감됐다.

문제가 된 예산은 시립교향악단 운영 9억4,727만원과 시립교향악단 창단 준비물품 1,490만원.
이 예산은 해당 상임위인 기획위의 심의 결과 전액 삭감됐다. 당시 기획위는 시립교향악단을 설립하게 되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현재 재정상황에서는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시립교향악단 설립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립예술단에 대한 평가와 시민들의 문화적 수요를 파악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종합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저녁, 예결위에서는 갑작스레 교향악단 설립에 필요한 예산의 40%에 해당하는 3억8,487만원이 부활했다. 이 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예결위 소속 여성위원은 눈물까지 보이며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충영 보건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임위 부결 예산을 예결위에서 일부 의원의 의견을 빌어 부활한 것은 정책의 선·악을 떠나 코미디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을 겪었던 해당 예산은, 결국 본회의에서 다시 전액 삭감됐다. 지난 19일 제182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시의회는 예결위를 통과한 예산안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상정돼 논의를 펼쳤다.

김정수 운영위원장 외 12명의 의원들은 “교향악단이 설립되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익산시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수정동의안 상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반대의견을 피력하며 나선 김용균 예결위원장은 “이전에도 예결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지만, 예결위를 통과한 예산안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제출된 것을 이제까지 보지 못했다”면서 “의회를 어떻게 선동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그동안 예결위는 상임위의 의견을 존중해 심의를 펼쳐 왔는데, 경솔한 발언 하나가 예결위원 전부를 코메디로 만들었다”면서 “발언을 한 김충영 위원장은 예결위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다음에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정동의안을 발의한 김정수 운영위원장에 대해서는 “예결위에서 심도 있게 심의를 했는데, 문제가 있다면 예결위원장에게 얘기를 해야지 서명을 받아 수정동의안을 상정하는 것은 운영위원장으로서 매끄러운 운영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연식 의원은 “부채에 시달리는 시 재정상황을 고려해 시기상조라면, 예술의전당 건립 또한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수백억원을 들여서 건립하는 예술의전당은 의결을 해 주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립교향악단 예산을 깎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이 예산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형택 의원은 수정동의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예산삭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의원은 “해당 상임위인 기획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삭감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기획위 전체의 의견을 물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례상 시립예술단 운영위원회에서 1년 계획을 논의하고 확정하게 돼 있는데, 시립교향악단이라는 큰 조직을 만든다면서 최소한의 회의조차 거치지 않았다”면서 “현재 시립예술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단 한 번의 토론이나 검토가 없었고, 오히려 교향악단 예산을 올려놓고 나서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되물었을 때 졸속적으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는 모양들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회는 사전에 토론이나 소통 없이 예산을 던져 놓으면 통과시키는 거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집행부의 사업추진에 찬성을 하지 않으면 발목잡기라고 호도하는데, 그것이 무서워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못한다면 의원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부결이 오히려 시립교향악단을 제대로 된 교향악단을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조건 부결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친다면 공감하고 찬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차 보충발언에 나선 김용균 위원장은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부활시킬 때, 해당 상임위 전체의 의견을 듣는 경우는 없다”면서 “예결위에 있는 각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입장을 대신하는 것이며, 이번에 기획위 소속 의원 중 한 명이 찬성했고 특히 중요하다고 판단해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들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신용 의원은 “예술의전당이 개관을 해서 제대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대안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같이 협력해서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토론 이후 무기명 투표가 이어졌다. 투표 결과는 찬성 16표, 반대 9표로 수정동의안이 가결돼, 예결위에서 부활했던 시립교향악단 관련 예산은 다시 전액 삭감됐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