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정상적인 삭감 두고 발목잡기 운운은, 책임전가”

익산시의회가 시민공감대 형성 없이 일방적인 공약 사업 추진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자, 익산시가 이는 익산 발전을 뒤흔드는 일이라며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의회를 설득해야 할 익산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박경철 시장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익산시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일 의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 심의결과를 보고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민선6기 핵심 공약사업들이 포함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예산을 삭감했고, 이는 31만 시민과의 약속을 무시한 처사이며 익산 발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철 시장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주재한 한웅재 부시장은 5분여 간 익산시 명의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해당 국·과장들에게 답변을 당부한 채 일정을 이유로 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 자리에서 시가 제시한 주요 삭감 내역은 13억원의 청사건립기금을 비롯해 차량등록사업소 및 함열출장소 리모델링 예산, 광역상수도 전환 추진 예산, 시립교향악단 운영에 필요한 예산, 역사문화재단 운영 예산 등.

한웅재 부시장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예산만을 편성해 심의를 요구했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예산이 삭감됐다”면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익산의 미래와 시민들의 안전한 삶에 필수불가결한 예산을 의회에서 삭감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는 청사건립기금의 경우 의장이 추천한 시의원 2명의 의원을 배제하고 서면으로 심의가 이뤄진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예산을 삭감했고, 차량등록사업소 및 함열출장소 리모델링 예산은 이미 지난 추경 당시 면밀한 검토와 중장기적인 계획의 필요성 등이 제기됐으며, 논란 끝에 삭감됐던 시청 일부 함열 이전 예산을 편법적으로 편성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광역상수도 전환, 시립교향악단 운영, 역사문화재단 운영 예산 등은 시민공감대 형성 및 전문가 검토 등을 주문했지만, 시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이유로 삭감된 예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이례적으로 시의회의 예산 삭감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며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하자, 시의회는 정상적인 절차와 심도 있는 심의를 거친 정당한 예산 삭감을 문제시하는 것은 집행부가 사업 추진을 위한 책임을 의회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의회운영위원회 김정수 위원장은 “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두고 발목잡기라고 치부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충분한 대화나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면 될 일을 가지고 마치 시장의 공약사업을 의회가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시장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수십 년이 넘는 경력과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닌 것을 아니라고 소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공직사회의 모습 또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