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당선목적 및 낙선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박경철 시장에게 검찰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의 10배에 달하는 구형에 따라 재판부가 어떠한 선고를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신)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이 희망후보 명칭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를 배부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은 비난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잘못을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미루고 있어 진지한 반성이 없으며, 상대후보를 비리후보로 낙인찍는 허위사실을 구체적인 근거 없이 공표한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가 없었음을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했고, 박경철 시장은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박경철 시장의 선고는 오는 30일 오전 9시 50분에 있을 예정이다.

# 논란 속 새 증인은 불출석

재판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에 갖가지 소문이 무성했던 새 증인 김 모 씨는 이날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5차 공판에서 검찰 측의 요청으로 채택됐던 김 씨는 당시 박경철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취임 이후 김 씨는 익산시청 전문계약직으로 전격 채용됐지만,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사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감사를 받고 파면됐다.

결국 이날 김 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재판부는 “김 씨가 현재 소청심사 중이고 본인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밝혀져야 진술의 신빙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면서 증인채택을 취소했다.

# 희망후보 보도자료.. 도대체 누가

바로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이 직접 희망후보 보도자료 배부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그간의 증거자료는 물론이고 새 증인으로 채택됐었던 김 씨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신문을 펼쳤다.

우선 검사가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던 최 씨가 공약이 실린 기사가 게재됐다고 알리면서 해당 지역언론사 대표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는 문자를 보낸 것을 제시하며 “언론에 기사가 보도되면 보고를 받았던 것이 아니냐”고 묻자 박 시장은 “기억이 안 난다. 당시 급박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언론사 대표와의 전화통화는 물론 문자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이어 “최 씨 등 참모진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일일이 기억 안 난다”고 답하자, 재판부가 “확인을 못할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확인을 했는데 지금 기억을 못한다는 것인지”를 재차 물었고, 박 시장은 “아마 보고는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검사가 새 증인 김 씨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당시 선거캠프 내부 대책회의에서 희망후보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당시 김 씨는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도자료는 선대본부장이었던 최 씨가 전담했다”고 말했다.

또 “본인은 희망후보를 원하지도 않았고 희망제작소에서 요청해 서울로 올라가 사진 찍고 격려 받고 선거에 임했을 뿐인데, 이 문제가 왜 이렇게 거론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사가 “그럼 왜 직접 전화해서 희망후보에 대해 물어본 것이냐”고 묻자 “보내준 현수막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검사가 보도자료 배부 전담자가 김 씨가 아니라 최 씨인지를 재차 추궁하자 “김 씨는 선거 직전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사람이고 최 씨는 그간 선거 서너 차례를 함께 해 온 사람이며, 김 씨는 별도로 구석에 있는 방을 사용했고 보도자료는 기자 출신이었던 최 씨가 전담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박 시장은 보도자료 배부는 최 씨가 전권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이에 검사가 “피고인이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하거나 수정한 자료가 제출돼도 지금의 입장이 변함이 없느냐”고 묻자 “변함없다”면서 “제 허락 없이도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최 씨 뿐이고, 상의를 했을 수는 있지만 김 씨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망제작소에서 인증 받은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는 6월 2일 기자회견문에 대해 박 시장은 “직접 작성했다”고 진술했으며, 김 씨가 기자회견을 하지 말자고 건의했다는 진술과 관련해서는 “김 씨는 그럴 위치가 아니었으며, 핵심참모는 최 씨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박 시장의 진술은 김 씨가 검찰에 진술한 부분들과 대부분 상반돼, 이를 두고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시장, “당시 보고는 했을 것이지만,
희망후보 보도자료는 최 씨가 전담”
확인 후, ‘목민관 희망후보’ 직접 작성
김 씨 진술과 달라, 재판부 판단 관심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희망후보 명칭 사용에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 측은 5월 29일 희망제작소 송 모 씨와 6월 2일 희망제작소 윤 모 소장과의 통화에서 희망후보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6월 2일 기자회견에서 희망제작소가 인증한 목민관 희망후보라고 한 것은 이한수 후보 측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해 이를 반박하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는 점, 희망제작소 측으로부터 목민관클럽 수료생임을 홍보하라는 말을 들었던 점 등을 확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 소각장 발언.. 근거 제시 못해

소각장 발언과 관련해 검찰 측은 TV토론회에서 상대 이한수 후보가 계속해서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교체 발언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와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사가 “당시 채규정 시장이 정해놓았다는 것 자체가 위법 아니냐”고 묻자 박 시장은 “결정했다는 것이 아니었고, 당시 반대대책위 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한수 후보가 안하겠다고 한 것을 왜 했는지 묻는 의미였다”고 답했다. 이에 검사는 “지금에 와서 그렇게 하는 말과 TV토론회 당시의 말, 양자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시장은 “토론회 특성상 어휘 자체가 잘못 나올 수는 있지만, 당초 소각장을 짓지 않기로 해놓고 소각장을 지어 부채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부채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지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가 “TV토론회에서 A4용지를 흔들며 근거가 있다고 했는데, 그 증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당시 신문보도와 주민소환운동 등을 하며 모은 자료 등을 통칭한 것”이라고 답했다.

공약으로 제시한 소각로 해체 및 이전을 현재 추진 중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해체는 와전된 것이며, 용역을 추진하려 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선거 당시 공보물에는 ‘부송동 쓰레기 소각로 해체 및 이전(친환경 자원재활용 자원회수시설로 전환)’이라는 공약이 명확히 제시돼 있다. 결국 스스로 제시한 공약을 두고, 스스로 와전됐다고 변명한 셈이다.

이어 검사가 “상대 이한수 후보가 허위사실 유포라고 계속 주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소각장 교체 발언을 계속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박 시장은 “익산시 부채와 시민들의 건강권이 문제되기 때문에 의혹을 밝히기 위해 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당선 이후 지역 언론인 소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한수 시장이 소각장 사업자를 코오롱에서 대우로 바꿨으며 그 근거가 익산시에 있다고 발언한 사실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기억 안 난다”고 답했다.

이에 검사가 해당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박 시장이 기자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채규정 시장이 코오롱으로 하려고 한 것을 이한수 시장이 안 하겠다고 하고 대우로 한 거 아니냐. 코오롱에서 대우로 했다는 자료가 익산시에 이만큼 있어. 이걸 허위사실이라고 하면 그거 무고죄야. 무고죄는 벌금이 없어. 내가 무고로 걸면”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사는 녹취록의 내용을 토대로 “그 자료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제출된 바가 없는데, 실제 있느냐”고 묻자 박 시장은 “그 당시 정황이 기억이 나지 않으며,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지만 이후 자료가 나왔다고 봅니다”라고 답변했다.

또 “공식인터뷰가 아니라 사적인 인터뷰인데, 이 대화를 녹취해서 제출했느냐”면서 “소통신문은 당선 이후 계속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며, 저를 최고 무능하고 악랄한 시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인터뷰는 지난해 6월 12일 박 시장 당선 이후 취임 이전 인수위 시절 공식적인 요청으로 인해 이뤄진 것이었으며, 소각장 발언과 관련한 질문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한 것으로 당시에는 재판은 물론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박 시장 인터뷰서 “코오롱에서 대우로
했다는 자료가 익산시에 이만큼 있어”
허위사실 지적에도 계속 발언한 것은
“의혹 제기하고 해명 요구한 것일 뿐”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소각장 발언의 취지가 소각장 사업자 선정 과정의 각종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질문한 것일 뿐, 허위사실을 공표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심각한 부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각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바꿨다’라고 단정한 것이 아니고 ‘바꿨습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8월 8일 검찰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자필로 소각장 업체 선정 과정에서 코오롱건설이 우위에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대우건설로 바뀌어, 이한수 시장이 대우건설로 바꾼 데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기록했다”면서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가 없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 비난가능성 크고 진지한 반성 없으며
  책임 가볍지 않아.. 벌금 1,000만원 구형

최후진술에 나선 검사는 먼저 “희망제작소 측에서 보낸 현수막이 정책협약을 맺은 희망후보들에게 보낸 것과 같다는 점은 단순히 참작할 사안”이며 “피고인이 직접 희망제작소 측에 전화해 희망후보 명칭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보도자료를 배부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은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진정한 반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TV토론회에서 당시 상대 후보였던 이한수 후보에게 소각장 추진 전면 재검토 입장을 선회한 이유를 물었다면 정당한 의혹제기이지만, 상대가 허위사실임을 계속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근거 없이 지속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행위는 상대 후보를 비리후보로 낙인찍어 유권자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책임이 가볍지 않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희망후보 명칭은 가치평가일 뿐, 선거법 해당 안 돼
  소각장 발언은 토론회에서 의혹 제기할 수 있는 부분

변호인 측은 최후진술을 통해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표현은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의미일 뿐이며, 가사 희망제작소에서 희망후보로 선정하지 않았다 해도 이는 공직선거법상 신분이나 경력 등에 포함되지 않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목민관은 지방 관리를 의미하는 고유의 명칭이며, 희망후보라는 명칭은 어떤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평가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시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출마한 후보가 스스로를 절망후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각장 관련 발언은 선거 당시 주요 쟁점이었던 부채문제와 관련해 절차적 투명성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한 것이었으며,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의 기능에 비춰 당연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이 다소 거칠고 일방통행적이었다고 할지라도, 반론권이 주어진 상태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만큼 정당한 의혹제기에 해당하는 것”이며 “검찰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악영향을 준다고 했지만, “선거토론회 방송에서 이 정도의 발언을 할 수 없다면, 오히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 시민의 사랑으로 당선..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

당선무효의 위기 앞에 놓인 박경철 시장은 “먼저 익산시장으로서 31만 시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어렵게 말문을 연 뒤 울먹이며 최후진술을 이어갔다.

최후진술을 통해 박 시장은 “11번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쓰디쓴 패배의 잔을 지난 30년간 마시면서, 익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면서 “TV토론회 소각장 사업자 선정 의혹 발언은 이한수 시장 훨씬 전인 채규정 시장 시절에 절대 소각장은 안 되며 전주권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거 당시 최대쟁점은 익산시의 천문학적인 부채였고, 그 중 최고의 핵심이 1,000억원의 쓰레기 소각로 공사였다”면서 “익산시에 회복키 어려운 고통을 준 것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않겠느냐 해서 토론과정에서 이한수 시장에게 소각로 건설을 강행한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희망후보 문제도 선거 두 달 전에 박원순 시장이 참석한 희망제작소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었고 격려를 받았으며, 비록 무소속 후보였지만 박원순 시장과의 사진을 선거사무실에 붙여놓고 정말 박원순 시장처럼 사심 없이 깨끗하게 올바르게 시정을 펼치겠다는 약속을 익산시민에게 했다”고 밝혔다.

“청년시절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시민운동을 통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한 박 시장은 “외조부께서는 경기도 북부 3·1운동을 주도한 애국지사시고 저희 선친은 육사출신으로서 한국전쟁 당시 풍전등화의 낙동강 전선에서 나라를 지킨 군인이셨으며, 두 아들도 육군 장교로서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현재 익산의 많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서 공격을 받고 있지만, 익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굽힘없이 지난 7개월 동안 시민의 사람으로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혁명의 바람 속에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돈도 조직도 정당도 없이 오로지 익산시민의 사랑으로 당선됐다”면서 “국가식품클러스터, KTX,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산적한 익산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특정한 정당이나 계파 및 연고 등 지역주의 없이도 저 같은 무소속이 당선돼서 시정을 펼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