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하는 바람에, “1억원 이상 예산 절감 기회도 놓쳤다”

익산문화재단 당연직 이사장인 박경철 시장이 문화재단의 기금을 KBS열린음악회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금운용계획을 심의하는 이사회를 주재하면서, 이사의 정당한 토론을 가로막고 이미 부결된 안건을 선언하지 않는 등 이사회의 업무를 방해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익산문화재단 2014년 정기이사회를 주재한 박경철 시장은 ‘KBS열린음악회 협찬에 필요한 비용 2억7천만원을 문화재단의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기부금운용계획(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문화예술사무국장의 제안설명 직후, 지난 이사회에서 기부금을 기금으로 적립하기로 심의·의결했기 때문에 해당 안건을 심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경철 이사장은 부랴부랴 안건의 명칭을 수정해 즉석에서 임의로 다시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부의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 부의안건은 미리 이사장의 결재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박경철 이사장은 부의된 안건의 제목이 잘못된 것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익산문화재단 D이사 등에 따르면, 이후 이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금은 재단의 기본재산이므로 열린음악회에 사용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A이사의 토론을 수차례 가로막으면서 거수 표결을 강행했다. 또 표결 결과 10명의 이사 가운데 2명만 손을 들어 찬성하는 의사표시를 했으나, 부결 선언을 하지 않았다.

A이사는 이 자리에서, “문화재단의 기금을 열린음악회에 사용할 수 있다는 명시조항이 없고, 기금은 문화재단 정관 제26조(재산의 관리) 1항에 정해진 대로 매도·증여·임대·교환 또는 담보 등으로 제공하거나 의무의 부담 또는 권리의 포기를 하고자 할 때에만 이사회의 의결을 거칠 수 있다. 따라서 KBS열린음악회에 기금을 사용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안건을 부의해서도 안 되고 이사회는 이를 심의할 수도 없다. 이사회는 재단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취지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하던 박경철 시장은 A이사를 향해 “그만하라”고 호통을 치고, A이사가 계속 토론을 멈추지 않자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마라”고 제지하고, A이사가 뜻을 굽히지 않자 이사회장에 배석한 문화재단 직원들과 공무원들을 향해 “채증하세요. 채증하세요. 채증하세요”라고 거듭 고함을 지르며 겁박해 토론을 가로막았다. 박 시장은 또 A이사가 위축된 틈을 타 “자, 그럼 찬반 표결에 들어갑시다”라며 표결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찬성하시는 이사님들은 손을 들어주세요”라고 회의를 진행했으며, B이사와 C이사 등 2명만 손을 들었으나 부결을 공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이사회가 술렁거렸고, 박경철 시장은 태도와 화제를 바꿔 열린음악회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해 달라고 호소한 뒤 표결 방식을 무기명 투표로 바꿔 회의를 진행시켰다. ‘예비비로 승인하는 것까지만 이사회가 의결하고 승인된 예비비 사용을 박경철 이사장과 문화재단 상임이사에게 위임’하는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찬성 9명, 기권 1명이었다.

이에 대해 A이사는, “익산시의 수장이자 공무원인 박경철 이사장이 이사의 토론을 불법적으로 가로막고 안건이 부결됐는데도 이를 공포하지 않은 채 목적한 바를 달성하는 등 업무방해와 직권남용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열린음악회 개최에 착수한 익산시는 익산시의 이름으로 익산문화재단의 예비비를 사용할 명문이 없자, 익산시는 익산문화재단을 행사 주체로 내세웠다. 이에 열린음악회 개최에 이르기까지 사전접촉과 유치까지는 익산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애먼 익산문화재단이 KBS 측과의 계약 당사자가 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단은 2억7천만원을 기금에서 빼내 예비비로 편성했으나, 기존에 있던 예비비를 더 가져다가 KBS와 2억9천7백만원에 열린음악회 협찬계약을 체결했고, 익산시비 3천만원을 더 들여서 홍보, 화장실, 안전 펜스 설치, 경호원, 스텝 등을 지원해 비용 사용이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와 예산낭비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아울러 박 시장은 이 같은 위법한 방법으로 예산을 확보해 지난달 29일 KBS열린음악회를 개최했으나, 그 준비과정이 2주 남짓한 기간에 급조돼 3억2천만원이라는 비용을 협찬하며 부적절한 계약을 맺고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KBS열린음악회가 개최된 타 지역들에서는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친 것에 비춰볼 때,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KBS 측과 협의해 함께 준비하고 순번을 기다려 행사를 개최하면 소요되는 예산을 충분히 절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성급하게 개최를 추진하면서 시민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방송 및 공연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전주의 한 관계자는 “열린음악회 유치와 관련한 협찬 비용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나 행사 규모별로 천차만별이지지만, 급하게 협찬계약을 맺고 단기간 내에 행사를 유치하는 것에 비해 여유를 갖고 준비한다면 1억원 가까이 소요되는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KBS열린음악회는 여러 가지 문제와 의혹을 발생시켰다.

이번에 KBS열린음악회를 관람한 익산시민들은, 이번 열린음악회가 ‘KTX익산 선상역사 개시’ 기념으로 개최된 것이기 때문에 역 광장과 T자형 도로를 포함하면 수천명이 관람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징정인 의미를 배제한 채 접근성이 낮은 공설운동장에서 개최하는 등 운영이 허술했고 수준낮은 출연진들 때문에 실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