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탄압 및 독재시대 망령 부활, 지적 빗발
올바른 언론관 정립 이후, 신중하게 대응해야

익산시가 지역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역사회에 심각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6일 시는 ‘허위·왜곡·편파·과장보도 예방을 위한 언론보도 대응 및 조치계획’이라는 이름의 언론보도 관련 계획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시는 시정운영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처해 부정적인 보도를 예방한다는 명문을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하는 등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고소·고발 등 법적대응까지 천명하며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는 결국 언론보도에 강력하게 대응해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돼 있고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언론보도와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지역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이며 과거 독재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익산시는 이미 박경철 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중앙일간지 A일보와 지역주간지 B신문에 대해 전 부서 구독을 중지한 상태다.

시가 내놓은 대응 및 조치계획에 따르면, 시는 홍보담당관을 총괄반장으로 하고 각 부서장을 대응반장으로 하는 언론대응 전담반을 편성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보도 후 2시간 이내에 해당부서에서 보도내용 분석 및 법률적 검토를 마치고 3시간 이내에 홍보담당관에게 대응계획을 제출하고 새올행정시스템에 해명자료를 작성해 등재하며, 홍보담당관은 보도 후 4시간 이내에 시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경미한 사안은 보도 당일 안에 해명자료를 배부하고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하게 되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보도 후 3일 이내에 법률적인 요건을 검토해 사법당국에 고소·고발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익산시의 이 같은 언론보도 대응 및 조치계획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언론 탄압이 있었던 과거 독재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인 건전한 비판을 무시하고 이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좋은정치시민넷 손문선 대표는 “지자체가 지침을 만들기 전에 먼저 지역 언론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지면이나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언론이고,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이기 때문에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설령 보도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타 선진국들의 경우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법적분쟁까지 가게 되면 지역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에너지가 소모·낭비되기 때문에, 지자체가 대응을 함에 있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민주적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에서 굳이 과거의 모습을 답습할 필요는 없다”면서 “먼저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시민 정 모 씨는 “도대체 언제 적 보도관제를 다시 시행한다는 것이냐”면서 “익산시의 언론관이 어떤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 씨는 “문제가 있다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대로 조정과 중재 등의 절차를 거치면 될 일인데, 굳이 시가 강력대응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언론을 탄압하고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