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 내세우며 단발성 행사는 예산 펑펑 ‘지적’

익산시가 주요현안사업 추진에 있어 재정상황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거나 잇따라 포기 수순을 밟고 있어, 시정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산시는 최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이나 시민들의 노력으로 국비가 확보된 평화육교 재가설, 서부권 수영장 건립, 익산농업기계박람회 등 주요현안사업의 추진을 포기하거나 보류했다. 그 이유로 내세운 것은 모두 시의 재정부담. 결국 이미 국비가 확보된 사업들에 대해 익산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사업추진이 터덕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KBS 열린음악회 유치에 필요한 예산을 익산문화재단으로부터 차입하는 형식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단발성 행사에 사용할 예산은 어떻게든 마련하면서도 정작 시민들에게 필요한 주요현안이나 숙원사업에 필요한 예산마련은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 시 행정에 대한 불만과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 말로만 안전제일.. 평화육교는 언제쯤

1975년 가설된 평화육교는 지난 2010년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는 익산시의 해묵은 과제다. 특히 주민 보행은 물론이고, 하루 1만여 대에 달하는 차량 통행과 호남고속철도 운행 등에 큰 위협이 되고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간 국토교통부는 평화육교를 지나는 도로가 지방도로임을 이유로 평화육교 재가설에 따른 예산을 전액 익산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예결위 이춘석 의원은 “초선 당시부터 꾸준히 문제제기와 요청을 해온 사업”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문제가 전 국민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 현안 역시 이번에 반드시 매듭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이 의원은 평화육교를 지방 도로로 판단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호남고속철도 전체 구간 중에서 유일하게 고속철이 가설되지 않아 기존 노선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국토부를 설득해 왔다.

결국 난색을 표하던 국토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고, 최근에는 5대5의 비율을 제안한 국토부를 설득해 8대2의 비율까지 끌어올려 총 사업비 405억원 가운데, 307억원 가량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익산시의 소극적인 태도.

익산시는 토지매입비와 접속도로 건설에 따른 비용 72억원이 총 사업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국토부가 총 사업비를 477억원으로 결정하면 이중 25%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약 50억원의 국비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 파격 지원 불구 재정부담 이유로 난색 표명.. 시민 건강권 무시

서부지역 수영장 건립은 오랜 기간 이어진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그동안 지역주민들의 염원이 모아지고 각계각층의 헌신적인 노력과 도움으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이 포함된 수영장을 건립할 수 있는 국비가 최근 확보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더욱이 문화체육관광부가 파격적으로 총 사업비의 70%인 70억원을 국비로 지원하겠다고 나서, 주민숙원사업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소식에 지역주민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익산시는 30%의 시비매칭 부분과 건립 이후 매년 소요되는 운영비의 부담 때문에 사업추진을 포기했다.

이미 지역 내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수영장이 매년 2~3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어, 서부권 수영장이 건립되면 시의 재정부담이 더욱 증가한다는 것이 시가 내세운 이유였다.

이에 대해 지난 3일 익산시의회 제181회 임시회에서 박철원 의원은 5분발언을 통해 “익산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수영장에서 매년 적자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수영장을 건립하게 되면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고 향후 시 재정상황을 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수영장 운영에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사용료 현실화 및 운영인력의 적정화를 위한 조직진단 등 강도 높은 개선대책을 강구해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임에도 익산시에서는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운영비가 부담된다고 지역주민들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 그것도 이례적으로 국비를 70%나 지원해주는 사업을 시에서 스스로 포기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이해하겠으며 시민의 건강권은 누가 지켜 주고 또한 예산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시민들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시에서는 향후 더 많은 시비가 투입되는 우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서부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수영장 건립에 대한 대책과 계획을 수립해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포기는 부랴부랴 철회.. 다시 유치여부는 미지수

국가식품클러스터와 농촌진흥청 전북시대에 발맞춰 농도 익산의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수백억원대의 지역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015년 익산농업기계박람회는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도비 2억원, 시비 2억원, 참가자 자부담 2억원 등 농기계박람회 개최에 필요한 총 6억원의 예산 중 시비매칭 부분인 2억원의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박경철 시장이 실무부서에 중단할 것을 지시했고, 해당부서에서 박람회를 주관하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 포기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박람회는 첫 민선 시장이었던 고 조한용 시장이 어렵게 유치에 성공해 14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전국의 최신 농기계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판매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농기계 관련 박람회로서, 전국 쌀 생산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익산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같은 박람회 개최 포기 사실이 전해지자 지역 농가 및 농기계업체들의 불만이 치솟았다.

지역에서 농기계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사업 규모에 비해 시가 부담하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고, 그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유치에 힘을 쏟아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자체 간 서로 유치를 하려고 안달이 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유치하기로 결정이 된 사업을 예산부족을 이유로 타 지자체에 빼앗기게 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4월 개최된 2013 익산농기계박람회의 경우, 전국에서 총 128개사가 참여해 318개의 부스를 운영하며 265개의 농기계 모델을 선보였으며, 총 11만5,400여명의 방문객이 참관해 농도 익산의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알리며 성황리에 진행됐다.

또한 박람회 개최 기간 중 농업기계 및 농자재 계약실적은 총 1,800건으로, 현장 계약과 향후 구입을 위한 가계약을 포함해 계약금액이 4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며, 지역경제에 매우 커다란 효과를 미치는 사업임을 입증했다.

이러한 지적이 일자, 익산시는 부랴부랴 지난 6일 박람회 포기를 철회하고 다시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하지만 이미 포기공문을 보낸 이후 완주군 등에 유치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한 번 포기의사를 표명한 익산시의 유치가 다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