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의회 기능 및 지방자치 무력화 의도 다분” 거센 반발
제출기한 지나도 자료 받지 못해.. 의회 업무차질 우려

시정 질문에 관련 공무원 전원 불참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익산시가 시의회의 자료요구에 대해 시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입법예고해, 의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시의회의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달 15일 익산시의회 서류제출 및 출석요구 등에 관한 처리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기획예산과장은 의회로부터 서류요구서가 접수되면 업무담당부서에 해당서류를 요구하고 업무담당부서장은 서류를 검토해 시장의 결재를 받아 기획예산과에 송부해야 한다. 또한 의회 또는 위원회 출석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는 결국 의회에서 자료제출이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무조건 시장의 결재를 받거나 즉시 보고하도록 해 시장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의회 의원들이 대의기관인 의회의 기능과 지방자치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시의회 의원들은 기획예산과 주요업무결산보고에서 익산시사무전결처리규칙의 개정사유를 따져 물으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송호진 기획행정위원장은 “이번 규칙 변경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인 꼴로 현재 시의회와 집행부의 관계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변경이 되지도 않았음에도 의원이 자료를 요청하면 시장 결재를 핑계로 3일의 제출기한이 지나도 해당 자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유재구 기획행정위 부위원장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의해 시의회가 집행부에 자료를 요청하면 시장의 결제 없이 해당 국장이 전결권을 행사해 자료를 제출해 왔음에도 이를 변경하는 것은 상위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하고, “시의회에 해당하는 전결규정은 전주·군산지역은 해당 국장이 갖고 있으며 김제지역은 과장이 처리하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과 달리 이제 와서 전결권을 없애고 시장권한을 강화한 의도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박종대 의원은 “전결권의 해체는 의회 기능과 지방자치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의정활동을 위한 자료가 시장 결재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제출되지 않고 있어 업무보고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또 “시장과 국장은 그에 맞는 역할이 있음에도 전결권을 해체하려는 것은 그 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는 시장이 모든 것을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임형택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의회의 자료요청에 대해 전결권을 빼앗는 것은 익산시가 유일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는 온갖 정사를 시장만이 쥐락펴락하려는 만기친람(萬機親覽)에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사항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는 최고 결재권자의 정책적 판단과 조정 역할을 통한 사전예방행정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사유를 내세우고 있다.

김용범 안전행정국장은 “이번에 사무규칙을 변경한 것은 시장이 의회가 요청한 자료를 체크해 시정발전에 활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의정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의회에서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