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사유가 안돼도 시장이 지시하면 무조건 감사하는 것이 감사실이냐”

3선 관록에도 여전히 초선의 열정으로 의회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박종대 의원이 눈길을 끈다. 박 의원은 특히, 박경철 시장의 우남아파트에 대한 안전대책 강구 지시를 받고 법과 현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들과, 긴급피난명령 후 대책을 마련하라는 시장의 지시에 신중한 검토의 필요성을 소명한 공무원들을 감사실에서 감사한 경위를 집중 추궁, 사안의 핵심을 고민하는 시의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회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 19일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장은 이날 피감 부서장인 감사담당관에게 무고한 공무원들을 감사한 배경을 질의하는 박종대 의원의 결기로 가득찼다. 감사담당관을 비롯한 직원들이 답변을 얼버무리거나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남아파트와 관련해 공무원 몇명을 감사했냐. 누구의 지시로, 어떤 근거로 감사를 실시했냐"는 박의원의 질문은 1시간 30분 동안 감사장 안을 공허하게 맴돌았고 정회로 이어졌다.

감사담당관은 직원들과 함께 오후에 속개된 행정사무감사장에 '모현 우남아파트 관련 공무원 감사사항'을 들고 나타났다. 내용을 보면, 전 주택과장 양승영과 주택관리담당 이지용은 박시장의 '모현 우남아파트에 대한 안전대책 강구' 지시를 받고, 아파트 주민들에게 '보수·보강 및 승강기를 점검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는데, 감사담당관실은 감사를 통해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시 불이행 및 근무태만'이라는 징계 항목을 적용해 훈계처분을 했다.

또, 배수문 주택과장과 김영일 안전총괄과장은 모현우남아트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명령을 한 뒤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박경철 시장의 지시를 받고, 아파트 주민들의 갈등과 현실적인 한계를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소명했는데, 이를 지시불이행으로 간주한 박경철 시장이 감사를 지시했고 감사담당관실은 즉각 감사를 벌인 뒤 피감 대상들이 지방공무원법 제49조(복종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배수문·김영일 과장의 소명 내용을 보면, 모현우남아파트 주민들이 익산시의 이주지원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대피를 원치 않는 세대를 강제퇴거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아파트 거래가 몹시 어려워지는데다 주민들이 집값 하락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재건축 추진이 매우 어려운 현실 등 또다른 민원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박종대 의원은, 관련 공무원들이 감사받을 짓을 한 것이냐는 점과, 시장이 지시하면 감사 사유가 되지않아도 무조건 감사를 해서 징계처분하는 것이 감사담당관실의 본분이냐는 점을 집중 추궁했다.

박종대 의원은 또, 이날 뜻밝의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담당관실 조차 내부감사를 통해 여러가지 이유로 긴급대피명령이 불가하다고 판단했으나 박 시장이 대피명령을 밀어붙였다는 사실이다.

감사담당관실의 모현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에 대한 주요 검토 의견을 보면, 대피명령에 찬성한 일부세대의 주민대표성 부재, 전국적으로 D등급 건물에 대한 대피명령사례 전무, 익산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세대당 이주비 120만원 지급의 현실성 부족, 버티는 주민에 대한 강제 퇴거 불가, 재건축 전문시행사 의견에 따른 재건축 불가능성 등이다.

박종대 의원은 "이번 사태는 대책없는 공권력 행사로 아파트 주민들에게만 큰 피해를 입혔다. 모두가 불가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모든 완력을 동원해 밀어붙이며 행정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한편, 긴급피난명령 이후 관련 공무원들과 감사담당관실이 제기한 우려는 현실화됐고, 이런 혼란 속에서 익산시는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