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안의 중대성 감안, 감사원 엄중히 판단해야 
14일 익산시의회가 감사원 감사청구 여부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시의회 본회의에 불출석했던 박경철 시장 및 관계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직권을 위법·부당하게 남용해 대의기관의 기본적인 활동을 방해, 지방자치의 핵심인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박경철 시장의 전횡을 감사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지난 14일 익산시의회는 제180회 임시회에서 시장 및 관계공무원의 시의회 불출석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의 건을 의결했다. 이날 무기명 투표까지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원안 가결된 감사 청구는, 박 시장과 조 의장의 화해는 마땅히 해야 할 부분으로써 환영받을 만한 일이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근원적인 책임은 반드시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전날인 13일 박 시장과 조 의장이 각각 유감을 표시한 바 있지만, 의회민주주의를 뿌리까지 흔드는 행위로 위법·부당하게 시민들의 알권리를 현저히 해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반드시 엄중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근원적인 이유가 박경철 시장의 독단과 소통부재, 사적인 감정대립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시청과 의회 안팎에서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김정수 운영위원장은 “지방자치법 제42조 제2항의 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관계공무원은 지방의회나 그 위원회가 요구하면 출석·답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의회가 박경철 시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들에게 시정 질문을 위한 정당한 출석요구를 했으나 의도적으로 출석하지 않고 시정 질문을 방해해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기본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없도록 직권을 위법·부당하게 남용해 감사를 청구하고자 한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관계공무원이 의도적으로 의회의 출석·답변을 거부한 사항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권남용으로 주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한 사항에 대해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 청구는 김정수 의회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임병술, 김충영, 황호열, 송호진, 임형택, 한동연, 최종오, 김태열 의원이 지난 6일 공동으로 발의했으며, 의결과정에서 김연식 의원이 반대 의견을 표명해 표결을 통해 가결됐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표결 결과는 14 대 11로 원안 가결. 또한 이날 의회는 같은 이유로 상급기관(안전행정부, 전라북도) 감사 요구의 건도 의결했다. 이 의안은 송호진 기획행정위원장을 비롯해 황호열, 김충영, 김민서, 김정수, 임병술 의원이 지난 10일 공동으로 발의했으며, 이날 만장일치로 원안 가결됐다.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는 현재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예산과 정책 등의 이유로 지자체가 중앙부처를 상대로 고개를 숙여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시장 혼자만의 역량이 아니라,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민을 대변하고 있는 의회라는 반대쪽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시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행정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민 정 모 씨는 “박 시장과 조 의장의 화해는 당연한 일이고, 화해 무드가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 명백한 사안을 그냥 넘어가자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관련 장·차관들까지 불출석을 지시했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사태의 시발점이 된 박 시장의 불통도 문제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눈치를 살피며 무기명 투표까지 해서 의결한 의회도 각성해야 한다”면서 “감사원이 엄중한 판단으로 명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려 무너지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반드시 바로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가결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는 국민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거나 시민단체 의결, 지방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청구할 수 있다. 청구를 받은 감사원은 자체 판단을 통해 각하하거나 기각할 수 있고,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면 접수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감사계획과 감사실시 의견을 담아 처리 부서를 지정하게 된다. 일반적인 감사원 감사의 경우에는 이르면 1개월, 늦어도 3개월 안에 감사결과가 도출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전례가 없어 다소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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