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들인 하수관거 무용지물 우려
관련 부서 공무원, 책임 떠넘기기 급급

음식물을 갈아서 하수도로 내보내는 음식물분쇄기가 지역 내에서 공공연히 불법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속하고 관리해야 할 행정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익산시는 지난 2012년 7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한 이후 2013년 6월까지 1년 동안 2만6,866톤의 쓰레기를 배출하며, 종량제 시행 이전과 대비해 9,522톤(26.2%)을 감량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부담을 피해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음식점 등 사업장에서도 음식물분쇄기를 사용해 음식물쓰레기를 하수도로 내보내고 있어, 이와 같은 종량제 추진의 성과가 허수에 그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음식물분쇄기, 일명 디스포저는 익산지역 내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를 판매하는 업체는 피라미드식으로 주위 3명을 소개하면 소개한 자를 공짜로 설치해 주는 방식 등으로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단속과 관리를 해야 할 관련 공무원들은 관계 법령상 단속 근거가 부족하고 관할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시 청소과 관계자는 “디스포저는 하수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하수관리과에서 요청하지 않으면 청소과에서 별도로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하수관리과 관계자는 “지난해 한번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 합동단속을 실시해 나간 적은 있다. 시가 아니라 환경부와 지방환경청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번 실시한 합동단속 이외에는 현재 익산지역에는 불법 디스포저 사용에 대한 제재가 없다. 일반가정이나 음식점들은 종량제의 부담을 피할 수 있고 관리도 부실해 부담이 없는 불법 디스포저 사용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

이러한 불법 디스포저의 사용이 근절되지 않으면 하수관로에 음식물 찌거기가 퇴적돼 하수의 흐름을 방해하고 관로를 부식시키며, 하수도 맨홀을 통해 올라오는 도심 악취와 새만금으로 흘러들어가는 수질의 오염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모현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 모(35, 여) 씨는 “음식물종량제 실시 이후 매번 아파트 앞에 내다 버리는 것이 귀찮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키고 있는데, 불법으로 갈아서 하수도로 내보낸다니 충격이다”라며 “담당 공무원들이 철저히 단속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1995년부터 하수관거의 막힘과 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디스포저의 판매와 사용을 금지해왔으나, 2012년 10월 22일부터 음식물찌꺼기가 고형물 기준 80% 이상 회수되거나 20% 미만으로 배출되는 인증제품에 한해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지난 3일 하수도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그간 사용을 금지했던 음식물분쇄기에 대해 분류식 하수관로 설치 지역 중 자치단체장이 사용 가능한 지역으로 공고하는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하수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