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시의회 본회의장에 시장 및 관계공무원 전원 불참, 시정질문 못한 채 한 차례 연기 끝에 산회

지난 1일 익산시의회, 박경철 시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지난 1일 제179회 익산시의회 제1차 정례회는 시장을 상대로 계획된 시정 질문을 하지 못하고 산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같은 사태가 박경철 시장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지시에 관계공무원 전원이 불참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자, 시청 안팎에서 대의기관에 대한 업무방해에 대해 반드시 의법조치가 이뤄져야 마땅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관련기사 2, 3면]

이날 익산시의회 본회의장에는 시정 질문에 응할 관계 공무원들이 단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규대 의장 폭언사태와 관련해 발표된 익산시 성명서의 요구사항이 관철되기까지 불참’이라는 것이 전날 의회에 전달된 불참 사유였다.

이같은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개최된 국립익산박물관 건립 관련 세미나 현장이다. 이 자리에서 이춘석 의원이 축사를 통해 고도익산의 정립과 국립익산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강한 질타를 쏟아내며 참여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은 이후, 박 시장은 자신을 제외한 정치인들의 축사를 뺄 것을 지시했다.

이후 행사장에서는 박 시장 이외의 축사를 보기가 어려워졌고, 이러한 직권남용에 격분한 조 의장은 지난달 27일 행사장에서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자행한 시장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익산시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행사장에서 조규대 의장이 박경철 시장에게 폭언을 한 사태에 대해 중대 상황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조 의장은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욕설이나 폭언이 담긴 녹취록 등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벌어진 시장과 공무원들이 일절 본회의장에 참석하지 않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본회의장 안팎에서는 시의원들을 비롯해 의회 사무국 직원들과 주요 언론사 기자들, 본회의 참관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혼란을 겪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결국 이날 오전 10시 열렸던 제179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의회는 11시까지 정회를 선포하고 재차 참석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의원들 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 오전 11시 본회의를 속개하고 박경철 시장과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자 의회는 박경철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어 11시 40분에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는 “독단과 독선, 일방통행으로 일관한 3개월, 의회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박경철 시장의 반성과 공개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익산시는 지난 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조 의장이 공식 행사장 단상에서 시장에게 욕설을 하고 폭언을 퍼부은 사태에 대해, 시의회가 본질을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려고 한다”면서 “이 같은 의회의 모습에 깊은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조 의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는 이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같이 일방적으로 축사를 없애고 의회 불참을 지시한 박 시장의 행태에 시민 박 모(36, 모현동) 씨는 “축사 문제든 의회 불참이든 불신과 소통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고, 일방적인 지시를 내린 박 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혼자 너무 많이 나간 꼴”이라고 지적하며, “시민의 손으로 뽑은 대표가 시민의 입장이나 시 발전은 전혀 생각지 않은 채 자기 주장만 앞세우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독단적으로 시정을 운영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 뱉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송승욱 기자